이미지 크게보기 성장보다 성숙을 지향하는 작은교회 운동은 1만 명이 모이는 대형교회 하나보다 100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 100개가 건강한 신앙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낫다고 본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작은교회 박람회’ 모습. 자료사진

초교파 모임 생명평화마당, 내달 9일 ‘작은교회 한마당’행사

“더불어 아름답고 건강한 작은 교회가 해답입니다.”

대형화로 치달으며 공룡처럼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대안으로 ‘작은 교회 운동’이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이 운동을 이끌어온 초교파 개신교모임 ‘생명평화마당’은 오는 10월 9일 오전 10시∼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 교정에서 ‘작은교회 한마당’을 연다. 지난 4년 동안 이어온 ‘작은교회 박람회’의 이름을 바꾸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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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인 방인성(함께여는교회·사진)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가 공룡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영성이 아닌 건물 중심으로 무작정 대형화하고 있는 교회에 미래는 없습니다. 공룡이 멸종했듯이, 팽창하다 보면 본질을 잃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전체 교회의 70∼80%인, 구성원 2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이 말구유에 작디작은 자로 오신 예수님 뜻을 살리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게 한마당 취지”라고 이번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행사에 가나안 성도(교회에 나가지 않는 신자)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특정 교회를 좀 더 알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개별 교회 등이 140개의 부스를 설치해 신도들에게 자기 교회의 특징을 설명하고 상담한다.

작은 교회에 대해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가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월 20∼30대 위주의 1329명(67.3%는 개신교, 32.7%는 무교나 타 종교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한국의 젊은 층은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형화’를 꼽고, 이상적인 교회상으로 ‘작고 건강한 교회’를 선호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대한 물음(복수선택)에서 ‘교회 대형화’(16.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불투명한 재정구조’(14.1%), ‘지나친 전도 활동’(13.2%), ‘과도한 교회 건축’(13%), ‘세습’(12.7%)의 순이었는데, 나머지도 교회의 대형화와 연관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생명평화마당이 그동안 한국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 잡은 화두는 ‘탈성직’ ‘탈성장’ ‘탈성별’의 세 가지다.

생명평화마당은 이번 행사에 앞서 지난 26일 ‘작은교회 운동을 위한 한국적 교회론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종교개혁:평신도 제도의 폐지’라는 발표를 통해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불평등과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지도 않게 됐다”며 “초대교회에는 성직자도 평신도도 없었다. 굳이 교회 전통의 성직자·평신도 이분법을 적용한다면 예수는 평신도에 더 가까웠다”며 과도해진 성직주의를 비판하고 평신도의 신학을 강조했다. 안지성 새터교회 목사는 ‘여성의 교회, 모두의 교회’라는 발표에서 한국 교회의 가부장적·여성차별 행태를 비판하면서 “복음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지지하는 가치들을 전혀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성의 원리들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교회는 여성들이 군림하는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가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