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러시아 간 北최선희 최선희(왼쪽 두 번째) 북한 외무성 북미 국장이 26일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교부 한반도 문제 담당 특임대사와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美의 北은행 제재 관련
“한·미 긴밀공조” 밝히면서도
사실상 남북군사회담 또 제안

대화에 매달리는 모양새 우려

미국이 26일(현지시간) 북한 은행 10곳과 개인 26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대북 독자 제재안을 냈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도 독자 제재안을 한 차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화성-14형 2차 도발 다음 날인 지난 7월 29일 관련 부처에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검토를 지시했지만 두 달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27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북 독자 제재 방안 마련 지시에도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아직까지 독자 제재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이들 부처는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해 “상황을 보며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전 정부는 북한의 4·5차 핵실험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엿새와 이틀 만에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관여하는 북한 단체와 개인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는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한반도 운전대론’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 선언’ 10주년 기념행사의 축사에서도 “10·4 합의 중 많은 것은 지금도 이행 가능하며, 특히 평화·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 복원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시급하다”며 북한이 거부한 군사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차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을 했음에도 정부가 이처럼 대북 대화에 계속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북한에 잘못된 신호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더라도 국제사회가 이를 100%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대화 요청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 효과가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27일 미국 독자 제재안에 대해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을 부각함으로써 대북 거래 중인 여타 제3국 개인, 단체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각급에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