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과천위니아는 출범한 지 21년 된 스포츠선진국형 클럽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과천위니아의 파파팀&성인팀. 김상준 감독 제공

- ③ 아이스하키 클럽 과천위니아

1996년 창단한 ‘터줏대감’
선진국형 클럽 시스템 갖춰
리틀·주니어·성인팀으로 구성
남녀 국가대표 5명 배출 성과

수도권 등록 동호인팀 107개
동계생활체육중 가장 체계적
보호 장구 착용뒤 경기 ‘안전’
순발력·지구력 키우는데 좋아

아이스하키는 동계생활체육 중 가장 체계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 등록된 아이스하키 동호인 팀은 107개다. 동계스포츠 중 흔치 않은 단체 종목. 다양한 전술전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스케이팅과 하키를 결합한 종합스포츠라는 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이다.

경기 과천시의 ‘터줏대감’인 과천위니아는 1996년 창단됐다. 스포츠선진국형 클럽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가장 큰 자랑거리. 초등학생 등으로 구성된 리틀팀, 중고등학생으로 이뤄진 주니어팀, 그리고 아빠엄마가 의기투합한 파파팀&성인팀이 함께 땀을 흘리기에 늘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린이가 청소년으로 자라고,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는 ‘종신 회원제’. 게다가 남녀 국가대표를 5명이나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자대표팀의 주전 골리이자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WNHL)에 진출한 신소정과 박채린, 김희원, 그리고 성우제와 서영준은 과천위니아가 빚은 명품 국가대표다.

리틀팀으로 출발했고, 리틀팀 멤버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주니어팀이 생겼으며, 자녀의 활약상에 푹 빠진 아빠엄마들이 가세해 파파팀&성인팀이 출범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낼 신소정 등 과천위니아의 국가대표 회원은 모두 리틀팀에서 기본기를 익혔다.

특히 국내 초등학교, 중고교, 대학 여자스하키팀이 없기에 신소정과 박채린, 김희원에겐 이곳이 유일하게 기량을 닦을 수 있는 훈련장소다.

신소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과천위니아에서 아이스하키에 입문했고 2003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003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 2’에서 배우 진지희가 연기한 중학생 국가대표 골리 ‘신소현’의 모델이 신소정이다. 박채린은 초등학생에 입학하기 전부터 과천위니아에서 운동했고 중학생 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며 고교 1학년 때 국비 유학생으로 뽑혀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다.

과천위니아는 매주 금, 토, 일요일 과천시민회관빙상장에서 호흡을 맞춘다. 토요일엔 리틀팀과 파파팀&성인팀이 잇따라 훈련한다. 지난 23일엔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리틀팀이,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파파팀&성인팀이 빙판을 누볐다. 김상준 과천위니아 감독은 “아이들과 아빠, 엄마가 함께 빙상장에 와 번갈아 운동한다”면서 “파파팀&성인팀 멤버는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의 수준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어렸을 때 아이스하키를 정말 좋아했지만, 그때는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삼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면서 “아들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다 10여 년 전부터 아들과 함께 이곳에서 스틱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을 지낸 은 원장은 “아이스하키는 신체를 골고루 발달시키기에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스포츠”라며 “언뜻 위험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호장구를 착용하기에 안전하고 부상 발생비율은 축구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고참’ 회원인 금우섭 씨는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정이 쌓인다”면서 “특히 퍽을 날릴 때면 일상의 스트레스까지 확 날아가고 온몸에 짜릿한 기분이 감돈다”고 말했다.

20년 넘는 ‘전통’을 지니고 있기에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 사이에선 좋은 본보기로 손꼽힌다. 김 감독은 “과천위니아를 벤치마킹한 클럽이 참 많다”면서 “아이스하키의 저변확대를 위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아끼지 않고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스하키는 한 방향으로만 트랙을 도는 스케이팅과 달리 좌우, 앞뒤로 빙판을 지친다. 신체, 특히 하체의 균형을 꾀할 수 있다. 그리고 순간적인 움직임이 요구되기에 순발력과 파워를 기를 수 있으며, 지구력까지 다질 수 있다. 또 단체 종목이기에 동료를 배려하고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조직력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박채린의 어머니 이은영 씨는 “만나는 모든 이에게 아이스하키를 추천한다”면서 “아이스하키를 한 뒤 채린이의 성격과 몸이 바르게 발달했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동호인은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에 쫓겨야 한다. 아이스링크가 부족한 탓이다. 김 감독은 “수도권에만 초등학교 클럽이 60곳을 넘지만 마음껏 지칠 만한 링크는 턱없이 모자른다”면서 “그래서 링크로 인해 팀이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링크는 12곳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링크 대관을 입찰하는 곳이 생길 정도”라며 “가장 힘든 게 링크 대관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과천=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