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우리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선전포고’로 규정하면서, 미국 폭격기가 다시 북방한계선(NLL)을 넘으면 무력 대응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24일엔 B-1B 폭격기를 격추하는 합성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역설적으로 군사적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현재로선 정확한 의도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리용호가 “지난 며칠 동안 알다시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미 사이의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고 부연한 데서도 속내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23일 밤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은 배경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SA-5 지대공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50㎞인데, 미 공군기들은 육지에서 300∼350㎞ 떨어진 곳에 있었다. 레이더로 미 공군기들을 탐지했더라도, 요격할 수 없었다. 반면 B-1B 폭격기의 공대지미사일 사거리는 370㎞다. 원산의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F-15C와 상대가 안 되는 구식 미그기를 출동시켜 공중전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대응을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미 양국은 이런 협박에 구애받지 말고 압도적 위력(威力)을 계속 과시해야 한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도 자기 이름으로 성명을 낸 이상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리용호는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 운운하기도 했다. 북의 재도발은 강력한 응징의 기회다. B-2 스텔스 폭격기를 출동시키거나 항공모함 전단을 NLL 북쪽으로 진출시킬 필요도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 말처럼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선 김정은이 하룻밤도 편히 잠 잘 수 없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