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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 여성이 신장 기증… 27일 수술대 오르는 홍란희 씨

홍란희(64·사진) 씨는 추석을 1주일여 앞두고 기적 같은 선물을 받았다. 20년 이상 투병 생활을 해 온 그에게 신장 기증자가 나타난 것. 27일 수술대에 오르는 홍 씨는 이번 수술이 성공해 건강을 되찾을 희망에 부풀어 있다.

홍 씨는 1981년부터 임신중독증 합병증을 앓다가, 신장 기능이 크게 나빠지면서 1994년부터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했다. 만성신부전은 몸속 노폐물을 처리하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으로, 완치를 위해선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홍 씨는 26일 “투석을 받으면 잠깐 살아나고, 투석을 받지 못하면 다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태가 되풀이됐다”며 “병을 얻은 뒤 내 삶은 ‘반만 사는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첫 투석 직후 신장 이식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다림은 23년 동안 이어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장 이식 대기자는 1만7959명. 이 중 수술이 이뤄진 건 2233건에 불과하다.

홍 씨는 자신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 걸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홍 씨는 “추석에 온 가족과 함께 기증인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기도하고, 용기를 내주신 기증인의 사랑을 다시 나누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사람은 생면부지의 여성 정모(43) 씨다. 정 씨는 지난 4월 신장 기증을 신청했고, 7월 홍 씨의 혈액과 거부반응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수술이 성사됐다. 정 씨가 신장 기증을 결정한 건 가슴 아픈 사연 때문이다. 정 씨는 6년 전 당시 8세였던 첫째 아들을 혈액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사후 장기 기증과 생존 시 신장 기증도 결심하게 됐다.

추석 연휴를 신장 수술과 회복으로 보내게 된 정 씨는 “나의 작은 결심만 있으면 고통받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데, 연휴 기간이라고 수술을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떠나간 아들을 생각하면 신장 기증을 꼭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생명을 나눈 분과 특별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추석의 기적이 될 이번 수술은 27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수술을 마친 뒤 일주일 후쯤 퇴원하게 되는데, 두 분이 서로 인사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