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 나온 흙 파쇄 사용
바닷모래보다 强度 약해‘균열’

선별과정서 버린 흙, 농지오염
김포, 불법매립지 벼 수매 제외

해양 환경 보존을 위한 해사(바닷모래) 채취가 엄격히 규제되면서 ‘골재 파동’에 이은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공사현장에서 바닷모래 대신 규격에 못 미치는 터파기 흙이 골재로 둔갑해 공사장에 공급되는가 하면 선별과정에서 버려진 토사가 농경지 성토재로 쓰여 또 다른 환경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26일 인천시와 골재업체 등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에 배정된 해사 채취 물량(3300만㎥)은 지난달 소진됐다. 정부가 허가한 해사 채취 기간(2013~2017년)도 지난 20일로 끝나 인천 옹진군이 해양수산부에 신청한 추가 물량(5000만㎥)을 새로 배정받는 데에도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해사 채취에 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실제 골재 업체가 신규 물량을 받는 데는 이보다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성일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부회장은 “수도권 공사현장에 바닷모래의 80%가량을 공급해 오던 인천의 해사 업체가 모두 고사할 위기”라며 “이러다가 레미콘에 바닷모래가 아닌 터파기 흙만 쓰여 제2의 삼풍백화점 같은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인천지역 해사 채취 업체 15곳 중 4곳이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사실상 휴업 상태여서 콘크리트 제조 과정(레미콘)에 공급되는 골재(모래)는 대부분을 건설현장 터파기 과정에서 나온 원석과 흙을 파쇄 또는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 불량 레미콘이 공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779개 생산 공장의 품질관리 상태를 점검 중이다. 국토부는 건설경기가 활발한 수도권의 올해 골재용 모래 수요량이 3083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바닷모래 품귀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바닷모래 대신 공급되는 콘크리트용 흙모래의 경우 강도가 떨어져 5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지을 경우 균열이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터파기 흙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무기성 오니(오염된 흙)와 점토가 인근 휴경지에 불법 매립·성토되고 있어 또 다른 환경피해를 낳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과 김포경찰서는 최근 김포시와 공조해 터파기 흙을 농지에 불법 성토한 사례 11건을 적발했다. 김포시는 이들 논(22만1884㎡)에서 생산된 벼를 수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인근 농경지에 골재 선별과정에서 버려진 터파기 흙이 불법 매립됐다는 제보를 받고 뒤늦게 시료를 채취해 연구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