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리용호(가운데) 북한 외무상이 21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에 위치한 숙소인 유엔플라자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초강경 대외성명 의도

초유의 金위원장 개인명의로
‘미치광이’‘깡패’ 원색적 비난

트럼프 “완전파괴”에 맞대응
反美여론 키워 내부결속 노려

“끝까지 갈 것” 추가도발 예고
核개발로 對美압박 계속할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2일 사상 처음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 개인 명의의 대외성명까지 내놓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공격한 것은 세계 초강대국의 국가원수를 직접 상대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슈퍼 강국 미국 대통령의 “북 완전 파괴” 발언에 북 정권의 최고 지도자가 “불로 다스릴 것”이라는 식으로 맞대응함으로써 추가 핵실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기어이 핵무장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초강경 수사와 어조로 공개 경고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내부 반미여론을 고조시키고 유엔 제재에 따른 체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내부 결속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명의의 성명이 나온 직후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불로 다스릴 것’의 의미와 관련해 ‘태평양상의 수소탄 시험’을 시사함으로써 북·미 관계가 앞으로 벼랑 끝 대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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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관련해 21일 발표한 성명은 개인 명의라는 점에서 과거 북한의 대응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내놓을 때 정부, 외무성, 대변인 성명 같은 기관이나 정부 관계자 이름을 사용해 왔다. 김일성과 김정일 집권 시기 등 3대를 통틀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성명을 발표한 일은 없었다.

김 위원장의 개인 성명은 우선 ‘북한 완전 파괴’ ‘로켓맨 김정은 자살 임무 중’ 등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발언에 김 위원장이 감정적으로 매우 격앙된 상태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 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우리 국가의 ‘완전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며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레 짖어대는 법”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북 발언에 김 위원장 역시 원색적인 비난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같은 북·미 지도자 간 충돌이 단순한 ‘말 폭탄’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대응 조치 단행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개인 성명으로 핵 무장의 길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언한 만큼 북한이 앞으로 무력 도발의 수위와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이와 관련, 리용호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성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발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의 성명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지도자상을 부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핵과 미사일이 체제생존수단임을 분명히 하면서 핵 능력 고도화를 지속해나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