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 이후 세계 각국이 대북(對北) 외교·경제 제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에 역행하려 하고 있으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각국의 대북 제재는 외교·무역 단절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멕시코·페루·쿠웨이트에 이어 스페인도 지난 17일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19일에는 대만이 원유와 정제유의 대북 수출 전면 중단 및 북한산 의류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의 교역 3위국인 필리핀은 교역 전면 중단을 선언했으며, 태국도 무역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금융 제재에 동참했다. 유럽연합(EU)은 대북 송금 한도를 대폭 낮출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과의 무역은) 전 세계를 핵 위협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각국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함께하면서, 자국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북한 봉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순방을 통해 많은 국가에 대북 관계 단절을 설득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호응하는 것은 북핵·미사일 도발이 더 이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분위기는 이런 국제사회 흐름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세계식량기구(WFP)와 유니세프를 통하는 형식으로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려 하고 있다.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은 제재·압박 상황과는 별개”라고 발표했다. 그런 논리라면 북한 주민 식량난을 이유로 당장 쌀 100만t이라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인도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했겠는가. 막상 북한 주민의 ‘진짜 인권’ 문제는 뒷전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