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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청탁금지법 모호성
처벌 희소성에 효과 제한적”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 가운데, 지난 8월까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도 2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청탁의 범위를 넓혀 ‘부정’의 인식을 심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신뢰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총 111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접수했지만, 기소한 것은 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가운데 3건은 유일한 구속자 1명의 중복 사건이고, 약식기소도 2건 포함돼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로 정식 재판을 거쳐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2건뿐이며, 둘 다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 집행에 앞서 사회 전반의 문화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20일 한국사회학회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청탁금지법 1년과 한국사회’ 학술 세미나에서 “청탁금지법은 법의 모호함과 실제 처벌의 희소성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청탁금지법 자체가 사람들의 일반적 신뢰 수준이나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유의미하게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들이 부패하지 않을 것이므로, 부패행위를 하지 않은 나에게도 손해가 없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와 오세형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영란법 전후 법 적용 대상자와 비대상자의 윤리적 민감도 변화’ 주제 발표를 통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과 비적용대상 모두 윤리적 민감도가 증가했지만, 자신과 관련성이 낮은 윤리 이슈에서는 의도치 않은 윤리적 둔감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김수민·전현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