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에버랜드가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조성한 ‘블러드 시티’ 구역에서 출현하는 섬뜩한 좀비들. 분장을 한 연기자인 건 알지만 어두운 밤에 이런 좀비들과 마주치면 저절로 뒷걸음질하게 된다.
핼러윈 앞두고 에버랜드 ‘블러드 시티’ 조성
온 가족이 즐기는 테마파크를 피투성이의 기괴한 좀비가 점령했다. 자극에 관대해지는 세태 때문일까.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욕구 때문일까. 피 묻은 간호사 복장에 기이하게 분장한 좀비가 다리를 절면서 테마파크에 출몰한다는 건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자극적인 분장이 과도한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항의가 끊이지 않았으리라. 대중이 테마파크에 기대하는 ‘계몽의 역할’을 배반하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웬만한 비명과 피 칠갑으로는 끄떡도 안 할 정도로 사람들은 자극에 둔감해졌다. ‘재미’의 가치가 ‘의미’의 효용을 넘어 버린 것도 이미 오래된 얘기다. 테마파크에서 관람객의 환호 속에서 좀비가 활발하게 소비되는 까닭이 이렇다.
좀비 세계에서 가장 치욕적인 건 ‘시시하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을 숨 쉴 틈 없이 공포로 몰아가야 한다. 물론 아직 테마파크에서 지켜지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이 있긴 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관람객에게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지만 않는다면 공포를 위해 무엇이든 허용된다.
테마파크 공포체험의 원조는 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올해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파크 안에 ‘블러드 시티’를 조성했다. 블러드 시티는 알파인지역과 사파리월드 아마존익스프레스로 이어지는 10만㎡(3만여 평)의 공간에 스토리를 도입해 만들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10년 동안 폐쇄돼 온 도시에 의문의 구조 신호가 포착돼 전문 조사팀을 투입한다’는 게 스토리의 기본 골격이다. 전문 조사팀이란 당연히 관람객 자신이다. 입장객들은 도시에서 생존자를 확인하고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호러 콘텐츠를 체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젊은 입장객들은 블러드 시티 입구의 마담좀비 분장살롱에서 분장전문가의 메이크업을 받아 직접 좀비로 변신한다. 공포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직접 능동적으로 공포콘텐츠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블러드 시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실물 항공기로 비행기 추락을 연출한 공간이다. 좀비에 의해 떨어진 조사팀의 헬기를 연출하려 했는데, 헬기 구입에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우연히 자연농원 시절 모형 전시를 위해 구입했던 비행기를 창고 속에서 찾아내 이를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비행기 외에 좀비가 습격한 버스, 폐자동차 등 실제 차량을 활용해 재현한 공간이 공포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블러드 시티에서는 특수 분장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좀비 전문 연기자 100여 명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블러드 시티 광장에서 매일 밤 펼쳐지는 ‘크레이지 좀비헌트’에서는 수십 명의 좀비가 출몰해 손님들을 습격하는 상황극과 함께 플래시몹 댄스, 포토타임 등을 진행한다. 특히 각 어트랙션 주변으로 키가 3m에 달하는 거대한 괴수와 좀비 연기자들이 실제 돌아다니며 호러 어트랙션 체험의 몰입감을 더한다.
공포의 최강은 단연 호러메이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미로 같은 실내공간을 빠져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시각은 물론 후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공포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다. 미로 공간은 어둠의 공포 속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좀비들로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심리적으로 가장 공포를 극대화하도록 공간을 치밀하게 배치해 웬만한 강심장도 움찔움찔 놀라게 된다.
사파리 월드의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들은 밤이 되면 모두 퇴근하고 그 자리를 좀비가 채운다. 이른바 ‘호러 사파리’다. 사파리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좀비를 만나는 것이 뭐 무섭겠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파리에서 공포를 이끌어 내는 코드가 몇 가지 있는데, 미리 일러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 다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호러 사파리야말로 블러드 시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러 어트렉션이다.
이 밖에도 보트를 타고 어두컴컴한 580m 급류를 즐기는 ‘호러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는 곳곳에서 괴수들이 깜짝 등장한다. ‘호러 티익스프레스’에서는 승차장에 출몰한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출발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신 정보기술(IT)을 통해 이색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페셜 체험존’도 있다. 여기서는 VR기기를 착용한 채 걸으며 귀신과 마주치거나 마녀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실제 호러 체험을 망설이는 손님은 호러 티익스프레스 옆에 마련된 ‘VR 어드벤처 체험관’에서 기어VR를 착용한 채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4D 시뮬레이션 의자에 앉아 호러메이즈를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도 있다. 블러드 시티는 어둠이 내리는 오후 7시부터 운영된다.
글·사진 =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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