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17일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종료(오는 24일) 이전에 인준해 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유엔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고도 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부결 직후 “무책임의 극치”라며 야당을 맹비난했던 태도와 비교하면, 여소야대 국회의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인식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본말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장 공백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불가피한 일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3개월간 국가원수 공백도 있었다.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뒤 법원행정처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등 지금까지 5차례나 권한대행 체제가 있었다. 본질은 김명수 후보자의 대법원장 적합성이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념 편향성’ 및 ‘대법관 경험이 없는 것을 상쇄할 특출한 역량’ 여부라는 두 쟁점이 있다. 특히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맡는 등 그간의 이력에 기반을 둔 ‘사법부 코드화(化)’ 우려가 대표적이다. 지난 12, 13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적극적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문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법부 독립의 관점에서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바른정당은 “안보 문제에 인사를 끼워넣는 몽니”라고 비판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사법부 개혁과 안정을 지휘할 리더십, 법관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판단 기준으로 밝혔다.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부터 원천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 대표가 헌법재판소장 동의안 부결 이후 야당을 향해 “뗑깡” 등의 막말을 한 것은 국회 권능을 스스로 부정한 황당한 일이다. 마지 못해 사과를 하긴 했다. 사법 신뢰가 중대 기로에 섰다. 국회는 오직 후보자 적격성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가부를 판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