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천상륙작전 67주년인 15일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돌격 소대장으로 상륙작전에 참여했던 이서근 옹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국戰 인천상륙작전 67돌… 당시 돌격 소대장 이서근 옹

“북한의 기습도발로 발발한 한국전쟁의 판도를 일거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은 세계 전쟁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전투였습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할 그날의 기억을 후손들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15일 인천 월미도에서 진행된 제67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서 당시의 용맹했던 우리 군의 활약상을 소개한 이서근(95) 옹의 말이다. 해병대 제1연대 작전관이면서 상륙돌격 소대장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이 옹은 이날 행사에서 백 세를 앞둔 나이에도 연단에 올라 허리를 곧추세우고 참혹했던 전쟁의 생생한 기억을 전했다.

기념식에 앞서 인근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이 옹은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경고하듯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1950년 9월 15일, 소대원을 이끌고 레드비치(지금의 인천역 부근) 상륙에 열흘 넘는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서울 탈환의 선봉에 섰다. “북한군이 저지른 만행을 보고 반드시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옹은 인천에 상륙해 처음 마주한 모습이 거리에 수북이 쌓인 시체 더미였다고 했다. 국군이 온다는 소식에 태극기를 들고 반갑게 마중 나온 시민들이 도망가던 북한군에 무참하게 학살된 것이다.

이 옹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못한 북한은 지금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땅에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보에 관한 한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전술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대립과 분열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노병의 충정 어린 충고였다. 젊었을 때 목숨을 바쳐 지킨 이 나라가 다시 폐허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간절한 바람도 묻어난다. 그는 엄중한 안보 현실에서 목숨이 허락하는 한 죽는 그 순간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전령이 되겠다고 했다.

오는 17일까지 월미도와 자유공원에선 한국전쟁의 실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안보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인근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두에선 2500t급 최신예 해군 호위함과 4900t급 신형 상륙함 등이 일반에 공개된다. 함정을 동원해 당시의 상륙작전을 재연하려던 행사는 북한 도발에 따른 경계태세가 강화되면서 취소됐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