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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 김두한, 이정재, 이화룡’. 이들은 이른바 ‘야인시대’를 주름잡던 ‘주먹’들이다. 이 중 조선 제일의 주먹은 ‘시라소니’였다. 그는 놀라운 점프력과 스피드,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강력한 박치기로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고 하는데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시라소니’는 평북 신의주 출신 ‘이성순’의 별명이다. ‘시라소니’는 동물 이름 ‘스라소니’의 평안도 방언이다. ‘스라소니’는 고양잇과 동물로 1m 정도의 몸길이, 크고 뾰족한 귀, 갈색 또는 검은색의 반점, 호랑이에게서나 볼 수 있는 볼수염 등이 외적 특징이다. 정면에서 보면 아주 날카롭고 매서워 보인다. 성질도 사납고 잔인하다. 또 ‘스라소니’는 어찌 보면 얼굴이나 표정이 못나 보인다. 선조들이 ‘스라소니’를 ‘못생긴 고양이’ 또는 ‘못생긴 호랑이’라 부른 것이나, 이를 ‘잔약하고 무능한 사람의 별칭’으로 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스라소니’라는 말은 16세기 문헌에 ‘시라손’으로 처음 보인다. 대체로 ‘시라손’에 대해서는 여진어(女眞語) ‘시라순’에서 온 말로 보고 있다. 여진어 ‘시라순’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몽골어 등에 들어가 정착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라손’은 19세기 이후 ‘시라소니’로 변해 나온다. 이는 ‘시라손’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사전에도 ‘시라소니’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그런데 1920·1938년판 ‘조선어사전’ 등에서는 ‘스라소니’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시라소니’의 ‘시’를 ‘스’에서 변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그것으로 되돌린 어형이다. ‘슬컷> 실컷’ ‘승겁다> 싱겁다’ 등에서 보듯 ‘스’가 ‘시’로 변하는 예가 흔해 ‘시라소니’도 ‘스라소니’에서 온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스라소니’가 ‘시라소니’를 잘못 되돌린 어형이라는 점에서 표준어를 ‘시라소니’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