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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앙투안 콩파뇽·줄리아 크리스테바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1913년 출간된 뒤 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문학적 혁명을 일으킨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병약하고 지나치게 예민했던 소년, 독서에 빠져 작가를 꿈꾸지만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품은 청년, 유복한 집안 출신의 사교계 인사이자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예술 애호가, 말년에 은둔해 집필에 몰두하는 작가, 유대인이자 가톨릭교도였던 동성애자…. 한마디로 요약될 수 없는 다양한 삶과 경험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이 작품에 대해 평론가 앙드레 모루아는 ‘대성당의 자연스러움과 웅장함’을 지녔다고 평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찬사와 달리 방대한 분량, 긴 문장, 난해한 텍스트 때문에 정작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는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 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은 프랑스 국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 엥테르에서 2013년 여름에 방송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묶은 것이다. 2012년 프랑스의 대표적 문학평론가 앙투안 콩파뇽이 진행한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과 동명의 책이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뒤 프루스트, 샤를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편으로 이어졌다. 보통 한 작가마다 한 명의 전문가를 내세우는 데 비해 프루스트 편에는 여덟 명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콩파뇽과 함께 정신분석학자이자 세계적 페미니즘 이론가 줄리아 크리스테바, 프루스트 연구의 권위자 장이브 타디에, 프랑스 철학자 라파엘 앙토벤 등.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한 전문가가 감당할 수 없는 다양한 면모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관심을 끈 주제를 맡아 쉽고 친근하게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 그 비밀을 알려준다.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왜 고통스러운가, 우리는 누군가를 과연 진정으로 알 수 있는가 등. 프루스트가 만든 거대한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여덟 개의 문이다.

저자들은 각 장 첫 부분에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어떻게 이 소설에 빠져들게 됐는지를 소개하고 각 글 끝에는 자신의 인상에 깊게 남은 작품 속 구절을 발췌해 전한다. 읽을 엄두를 못 냈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나침반 삼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세계를 탐험해 보길 권한다. 376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