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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간의 생명은 대략 1∼2주입니다. 베스트셀러도 있고, 스테디셀러도 있고, 어떤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 책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출간 뒤 1, 2주 안에 반응이 없으면 그냥 사라진다고 합니다.

출판 불황이라는데 책 출간 종수는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7만91종. 하루에 192종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출판 불황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모두의 바람인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베스트셀러가 돼도 이전에 비해 판매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보니 출판사들이 특정 독자, 특정 취향을 겨냥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략을 수정한 결과입니다. 초판을 소화할 정도의 책을 여러 종 내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독자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책이 나오다 보니 독자 눈에 띄기도 전에 다시 새 책이 쏟아지며 신간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구간을 살려내는 재출간에 눈길이 갑니다. 사회적 사건, 이슈 같은 여러 시점에 부응해 구간을 새롭게 독자 앞에 제안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편집자 존 브록만이 엮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바다)와 일본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山田昭次)가 독립운동가 박열의 사상적 동지이자 옥중 결혼한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의 삶을 담은 평전 ‘가네코 후미코-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제국의 아나키스트’(산처럼)가 다시 나왔습니다.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는 2012년에 국내 출간된 책인데 최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창조론 논란을 계기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특별 보급판으로 책값이 기존의 1만5000원의 절반인 7500원입니다.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등 쟁쟁한 과학자 16인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벌이는 지적 설계 운동이 왜 과학이 아닌가를 면밀하게 논박합니다. 개정판 출간 2주 만에 초판 2000부가 모두 나갔다고 합니다.

‘가네코 후미코’ 재간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이 계기가 됐습니다. 2002년 문을 연 ‘산처럼’이 그다음 해 낸 책으로 당시 화제는 됐지만 초판 2000부가 소진되지 못했을 정도로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출판사는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기보다는 영화를 계기로 가네코의 삶이 재조명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다듬어 다시 출간했습니다.

인터넷과 SNS로 말과 글이 쏟아지는 시대지만 맥락 있는 이해, 전체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낱낱의 주장과 논리보다는 묶인 한 권의 책이 대단히 유용하다는 사실과 함께 이들 책을 권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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