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왜

與 지도부, 불필요하게 野 자극
한국·바른정당 반대에도 강행
박성진 임명철회 등 묵묵부답
기독교계 ‘문자폭탄’도 한몫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몰린 의석에서 ‘우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몰린 의석 쪽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그만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여야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여당은 임명동의안 통과를 자신했지만 야당을 ‘적폐’로 몰아세운 여당 지도부의 잇단 발언,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강행,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 등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표결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민주당은 소속 의원 120명과 복당이 정해진 서영교 무소속 의원, 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정 의장뿐 아니라 국민의당 소속 의원의 40명 중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는 국민의당에서 15명 정도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야당 관계자들은 원인으로 야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한 여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당 지도부가 걸핏하면 야당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대표는 11일 오전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해 “촛불 혁명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이후 적폐 청산, 나라다운 나라가 국회에서 어떻게 제도화되고 집행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야 3당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정 의장의 직권상정 강행도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회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직권상정에 반대해왔으나, 정 의장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기 어렵다”며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12∼13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으니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14일에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정 의장은 이날 표결을 진행하자는 여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권상정을 강행한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다가 결국 김 후보자를 낙마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에 위헌 취지의 의견을 낸 데 대해 보수 기독교계가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보내온 ‘문자폭탄’도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