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머쓱’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던 중 입을 굳게 다문 채 회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김이수 부결 사태에 野 탓만
여소야대 무시 强대强 대치
“최악 사태 미리 대비했어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 지도부가 상황 오판과 전략 부재로 헌정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맞은 것도 모자라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야당 탓’에 열을 올리자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1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촛불 민심과 괴리된 여소야대 4당 체제 앞에서 앞으로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민심을 따르는 데서 오는 좌절에 낙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 역시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하는데, 제 눈에는 오만하게 보인다”며 “자유한국당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더니 돌아와 처음 한 행동이 헌법재판소 마비인데, 무책임한 반대 행위만 일삼는 제1야당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전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이고 정권 교체에 불복하려는 것”(추미애 대표), “한국당과 보조를 맞춘 국민의당도 적폐연대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박완주 수석대변인)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낸 것의 연장이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여당 의원 120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다고 해서 (임명동의안 부결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며 “표결에 앞서 최악의 사태를 지도부가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에 뒤통수를 맞고도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다.

여소야대 현실을 직시하기는커녕 야당들과 강대강 대치로 나아가는 듯한 지도부의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는 여당과 청와대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인데, 어제오늘 당·청은 ‘협치 종식’을 선언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그동안 청와대 눈치만 보고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야당 결집 효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여당 지도부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박효목 기자 kdhah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으쓱’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