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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이어
박성진 자진사퇴 요구도 거세
내년 예산안처리 등 쟁점 많아

與정치력·野협조‘필요성’확인
靑 인사 등 정면돌파 의지 확고

“與野政협의체 구성해야”힘얻어

국회 표결 사상 첫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인사참사를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폭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진행형인 인사 문제뿐 아니라 입법·정책 과제 등 앞으로 처리해야 할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여론만 바라보는 식으로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지층 재결집에 기대를 걸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지만, 최근 안보 위기 만성화 속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 국면을 맞으면서 결국 야권과의 협치와 소통의 틀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 12일 “이번에 야당은 여권에 협치에 합당한 리더십을 구축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며 “여권이 변하지 않으면 똑같은 사태가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도 “그동안 정치를 낭만적으로 해 왔다”며 “우리가 처한 정치적 현실을 냉정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내년 예산안 처리 등 여권이 대면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지금과 같은 소수 여당 및 강성 야당이라는 정치 지형에서는 법안과 예산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여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자신들이 목표로 한 국정과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입장”이라며 “입법이 필요한 정책이 상당히 많고 대치 국면으로 가면 내년 예산안 통과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각각 한 차례씩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야당의 요구사항이 관철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협치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도 겉으로는 앞으로 인사 등에 있어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는 안철수 대표 체제의 국민의당을 규정할 수 있는 마지막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도덕적 흠결도 없는 헌법기관장 후보자를 정략적으로 낙마시키는 행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 “무책임의 극치”, “다수의 횡포”라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특히 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모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남 지지층이 강하게 압박할 경우 국민의당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까지 부결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우리 갈 길을 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이념 검증만 이뤄져 유감”이라며 “여당과 의견을 나눈 뒤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자진사퇴를 유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병채·박효목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