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월 3일 세계적 명성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빈 오페라 하우스의 슈반트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주하고 있다.

‘세계 3대 극장’ 빈 오페라하우스의 ‘오픈 도어 데이’

모차르트가 하이든과 우정을 키우고, 슈베르트가 태어났으며, 베토벤이 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 명실상부한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의 중심부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에 가면 눈에 띄는 긴 줄이 있다. 세계 3대 오페라극장인 이곳의 입석 표라도 구하기 위해 휴대용 1인용 의자를 펼쳐 놓은 채 길게 늘어선 관객들이다.

세계 정상급 오페라 스타들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이 수놓는 최고 수준의 공연이 일 년에 350회 가까이 펼쳐지는 ‘화려한 세계’를 꿈꾸는 이들의 행렬이다. 콧대 높은 이곳이 일 년에 단 하루, 스스럼없이 단상에서 내려오는 날이 있다. 7∼8월 두 달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매해 새 시즌을 개막하는 9월, ‘Tag der offenen Tur’(Open Door day)를 통해서다.

이날은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오페라 하우스의 모든 장소가 공개되며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가수들, 발레단도 저마다 리허설 장면을 보여주거나 작은 쇼를 열며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관객들의 사랑으로 성장한 오페라하우스를 관객들에게 되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올해는 9월 3일, 한 달 전부터 무료로 배부된 표를 받은 수백 명의 관객들이 입장시간인 오후 5시 반이 되기 한 시간여 전부터 입구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렵게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들리는 것은 계단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힘찬 팡파르. 아름다운 선율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췄던 관객들은 잠시 뒤 극장 중앙 무대로, 대기실과 분장실로 자유롭게 향했다. 먼저 이날 극장 기술팀은 무대 뒤편까지 개방해 각종 조명과 안개 및 거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들, 스팀 엔진 등 무대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도구들의 작동법을 시연했다. 무대 관객석에서는 극장 관계자가 극장의 역사부터 객석의 가격, 위치별 장단점까지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홀에서는 1968년 이곳에서 공연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서 경찰관과 귀족 역할로 출연했던 가수가 입었던 역사적 의상을 전시해 놓거나 이 중 일부는 관객들이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오페라 공연 때 실제 사용된 의상을 입어보는 관객들의 모습.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짤막하지만 수준 높은 무료 공연 및 리허설 현장이었다. 구스타브 말러홀에서는 오페라하우스 전속 가수인 봉기웨 나카니가 ‘피가로의 결혼’ 속 아리아를 불렀다. 메조소프라노인 그녀의 깨끗하면서도 풍성한 고음과 화려한 기교에 홀린 관객들은 20분간 이어진 노래를 숨소리 한번 내지 않고 지켜봤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단상 위가 아닌 평범한 로비 바닥에서 관객들을 맞고 경쾌하게 곡을 연주했다. 바이올린의 유려한 선율에 맞춰 지휘자가 “오리가 물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이란 식으로 설명을 곁들여 초심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오후 7시 반부터 30분 동안 각종 오페라와 발레 공연의 단막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을 선물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하우스 곳곳에 비치된 탁자에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이어지는 시즌 공연들을 소개하는 팸플릿이 놓여있었다.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났지만, 여운에 잠겨 빈 극장 곳곳을 서성이는 관객들 탓에 직원들은 꽤 오랫동안 문을 닫지 못했다.

빈=글·사진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