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외곽팀 책임자’ 민병주 前 국정원 단장 소환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 사이버외곽팀 운영책임자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국정원 댓글 외곽팀장 첫 영장 기각

퇴직자 모임 양지회 前·現간부
檢, 민병주 조사후 반전 노릴 듯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사건 관련 재수사에 착수한 뒤 사이버외곽팀 팀장을 상대로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판단에는 강하게 반발하며 일단 8일 오전 소환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조사를 기점으로 향후 수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검찰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노모 전 양지회 기획실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한 혐의(증거은닉)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 양지회 사무총장의 영장도 역시 기각했다.

법원이 노 전 실장 주도로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수십 명의 회원을 동원해 인터넷 댓글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한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구속영장은 기각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48명의 외곽팀장 중 가장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된 노 전 실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다른 외곽팀장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가려던 검찰의 계획도 주춤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퇴직 국정원 직원이었던 노 전 실장이 민간인 외곽팀장으로 활동하며 양지회의 사이버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여론조작에 참여한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장 기각 직후 “이 사안은 양지회 측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수억 원대 국가 예산으로 활동비를 받으며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 개입과 정치 관여를 한 것으로,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구속영장심사 전 어느 정도 영장 발부를 자신했던 검찰로서는 법원이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영장은 기각해 재청구가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이날 오전 소환된 민 전 단장에 대한 조사결과가 향후 수사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민 전 단장에게 국정원 내부의 사이버팀 직원들이 민간인 중심의 ‘외곽팀’을 별도로 운영한 경위와 목적, 실태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민간인 조력자 동원을 지시했는지, 활동비는 어떤 방식으로 지급했는지 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