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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결국 북한을 최대로 압박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로 거론되던 대북 원유(原油) 공급 중단 문제를 표면화시키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반복되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나 미국 정부의 ‘구두 압박’과 전략자산을 동원한 무력시위만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없는 한계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대외 무역액의 90%를 차지하면서 원유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비공식 추정치지만, 중국은 북한에 연간 약 50만t의 원유를 무상으로, 또 약 50만t의 원유를 국제 시세보다 저렴한 ‘우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북 원유 공급을 제대로 중단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새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과도한 대북 제재를 반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은 규탄하지만 여전히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주장한다. 이번 6차 핵실험도 논평 없이 사실만 짤막하게 보도하는 등 언론 통제까지 하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가 이슈화하는 것을 차단하고,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알리면서, 중국에 쏠리는 국제적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중국 외교부도 석유 수출 금지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카드를 쓰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실 중국은 6차 핵실험을 대북 인내의 마지노선으로 상정했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만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베이징은 북한과의 석유 무역을 포함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도 있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다시 기존 입장으로 돌아갔다.

이는 우선, 현실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밀려 미국과 한국이 바라는 석유를 포함한 대북 전면 금수에 나서면 북·중은 적대 관계가 될 것임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유 공급 차단이 과연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없다. 북한이 약 1년치 석유를 비축하고 있어 제재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후의 카드인 원유 공급을 중단했음에도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다면 대북(對北) 영향력 상실은 물론 국제적 위신이 손상될 게 분명하다. 또, 북·미 간 문제로 규정한 북핵 문제의 책임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그래서 중국은 아직은 원유 공급 중단 카드를 쓸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원유 공급 차단 등 중국의 실효적 대북 압박을 끌어내려면 미국의 대중 전략과 대북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서 관여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북핵을 매개로 통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엄포형 압박’ 전략에 호응할 뜻이 별로 없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실행에 옮긴 새로운 대중·대북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더는 책임을 상대국에 떠넘기면 안 된다. 양국이 줄다리기하는 사이 북한의 핵 보유는 가시화하고 있다.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주변국들의 핵무장 논의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중국이 그렇게 강조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전략 균형’도 자연스레 파괴된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북한의 핵 보유다. 한·미·중이 진정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의 공간은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