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전교육청이 코레일 및 산림청과 협력해 전남 장성군 국립장성숲체원에서 진행한 힐링캠프 프로그램에서 교사들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대전교육청 ‘에듀힐링센터’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캠프장 앞면에 붙은 행사 현수막 한 편에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이 글귀를 읽자마자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과연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라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보냈던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에게 이 소중한 시간과 자리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출근길을 다시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편하게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아름다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1분 1초 순간 순간이….”

대전교육청(교육감 설동호)이 운영하는 교원 심리상담센터인 ‘에듀힐링센터’의 힐링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사들이 교육청에 보내온 감사의 편지들이다. 대전교육청이 운영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마친 교사 중 상당수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한다. 그만큼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교사들이 진정한 심신의 위로를 찾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전교육청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6일 “‘교류분석(TA·Transactional Analysis)’을 통해 내가 학생의 눈치를 보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 학생을 대하기가 훨씬 편안해졌다”며 “학생의 행동에 대해 왜 화가 나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니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고, 학생을 진정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돼 ‘학생을 이해한다’는 말이 더 이상 사전적인 언어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처음에는 내 얘기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걱정과 염려가 앞섰는데, 어느 한 교사가 용기 있게 자기를 개방하면서 도미노처럼 참가자들이 자신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내가 두려워하던 일들이 공감과 이해, 위로로 돌아왔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위로받을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2015년 5월부터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법령 개정을 선도했다. 또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원치유지원센터’ 운영 모델도 제시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2년 연속 교원치유지원센터 시범 교육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 교육청에서 벤치마킹을 해 가기도 했다.

힐링 프로그램에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힐링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3430명이 힐링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올해는 8월 말 현재 4378명으로 지난 한 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힐링 프로그램 중 ‘에듀힐링 특강’에 참여한 이수자가 1800명이나 됐다. ‘에듀-코칭 아카데미 특강’에도 1069명이 몰렸다. 개인 상담을 받은 사람도 853명이나 됐다. 힐링센터에는 3명의 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 심리 상담가나 교수, 연구원 등 외부 전문위촉자 40명이 교사와 학부모들의 상담자가 돼 주고 있다.

김선희 대전교육청 장학사는 “교사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상황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청이 한 일 중에서 (센터설립이) 가장 잘한 일 같다는 반응들”이라고 전했다. 김 장학사는 “심리 상담을 받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문제였다며 자기성찰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힐링 프로그램을 받은 교사들의 95% 이상이 만족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대전교육청은 올해 개인 상담뿐 아니라 교사들의 학생 지도 및 대화법 코칭 기법도 지도하고, 연수 프로그램에 학부모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힐링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