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KBS·MBC 정규방송도 버거워
특집·파일럿 예능 제작 불가능

케이블·종편, 인지도 높일 기회
다채로운 프로그램 준비 한창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며 열흘 간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파업 중인 방송사에는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온 가족이 TV 앞으로 모이는 명절 연휴는 채널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격전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파업에 돌입한 KBS, MBC 등은 이달 초부터 보도, 시사, 예능, 드라마 등이 결방되거나 축소 편성됐다. 방송 계획을 꾸리고 총괄하는 편성국 직원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며 4주 앞으로 다가온 열흘 간의 편성표를 메우는 작업이 버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KBS 관계자는 “정규 방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명절 특집 방송을 꿈꾸긴 어렵다”며 “시청자들의 TV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명절 기간 동안 외면받는다면 향후 채널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는 예능국이 바빴다. 각종 파일럿 예능을 1∼2부작 분량으로 제작해 시험대에 올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나흘 간의 설연휴 때도 KBS는 ‘엄마의 소개팅’과 ‘신드롬맨’, ‘걸그룹 대첩’ 등 세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MBC 역시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 ‘가출선언-사십춘기’, ‘오빠생각’ 등을 편성했다. MBC는 이 중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 ‘오빠생각’을 정규 편성할 정도로 파일럿 예능의 안착률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파일럿 예능 제작이 여의치 않고, MBC의 대표적인 명절 예능인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리듬체조 에어로빅 선수권대회’(사진)조차 촬영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여느 때는 긴 연휴를 앞두고 파일럿 및 특집 프로그램 준비로 분주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파업 후에도 그 여파가 지속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KBS, MBC의 공백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입장에서는 채널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쪽 모두 긴 연휴에 대비한 특집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지상파 주요 채널에서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타 채널을 찾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과거 어느 명절보다 연휴가 길어 TV 앞에 앉는 시청자들이 증가할 것이라 보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하려 한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