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장급 요직 잇단 중용
“정책라인 출신의 몰락”평가도

‘예산실 전성시대!’

최근 단행된 기획재정부 국장급 인사에서 예산실 출신들이 잇따라 요직(要職)에 중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예산실장 출신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임명된 데 따른 ‘후광(後光)’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6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기재부가 5일 발표한 국장급 인사 8명 중에서 3명(안일환 예산총괄심의관, 문성유 사회예산심의관, 최상대 재정혁신국장)이 ‘예산실의 꽃’이라는 예산총괄과장 출신이다.

예산실 출신 전체로 따지자면, 예산총괄과장 출신 3명을 포함해 안도걸 경제예산심의관, 방기선 정책조정국장까지 5명에 달한다. 특히 방 국장이 정책조정국장에 임명되면서 “예산실이 정책 라인까지 접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경제정책국장에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임명되면 기재부의 ‘양대 정책국장’(경제정책국장+정책조정국장)을 모두 ‘비(非) 정책 라인’이 맡게 된다. 기재부의 양대 정책국장을 모두 정통 정책 라인이 아닌 사람이 맡는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정책 라인의 몰락’이라는 말도 나돈다.

이상원 전 미래경제전략국장의 독특한 경력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국장은 최근 2년여 사이 통계청 통계정책국장, 기재부 세제실 재산소비세정책관, 미래경제전략국장에 이어 이번에는 예산실 복지예산심의관으로 발령 났다. 인사가 날 때마다 재직하는 기관이 변경되거나, 소속 실(室)·국(局)이 바뀐 것이다. 이 국장의 보직 경력은 기재부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예산실을 중심으로 국장급 인사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춘섭 전 예산실장이 조달청장으로 승진하면서 인사 적체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예산실을 제외한 다른 실·국은 아직도 인사가 꽉 막힌 곳이 많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