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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동 삼천사 마애불

어느 지역에 있건 암벽에 새겨진 불상인 마애불은 대부분 온화하면서도 잔잔한 미소로 지켜보기만 해도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온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자락의 가을빛이 물들기 시작한 삼천사 계곡에 자리 잡은 삼천사 마애불(사진) 표정도 그렇다. 보물 제657호인 삼천사 마애여래입상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하는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이라고 한다.

병풍바위에 새겨진 삼천사 마애불은 지그시 감은 듯한 눈과 복스러운 코, 두툼하고 작은 입술이 돋보인다. 특히 입가에 번진 온화한 미소가 일품이다. 옷자락은 매우 부드럽게 늘어뜨리고 있는데 한 손으로는 옷자락을 잡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받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발아래에는 연꽃이 피어 있다.

불상의 어깨 좌우에 큰 4각형의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애불 앞에 목조가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애불 위에는 큰 바위가 앉아 있어 마치 불상 모자나 보개(寶蓋)처럼 보인다

크기를 보면 전체 높이 3.02m, 불상 높이만 2.6m에 달하며 전체적으로 단순화되고 세부표현에 미숙한 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얼굴형이 원만하고 신체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고려 초기의 대표적인 마애불이다.

이 마애불은 예부터 영험이 있다고 알려져 기도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또 삼천사 경내에는 지난 1988년 부처님 사리 3과를 미얀마에서 가져와 모셔둔 ‘종형사리탑’과 한국 석탑의 새로운 양식으로 평가받는 세존진신사리 불탑이 세워져 있어 참배객들의 참회기도 수행도량으로도 더 큰 신뢰를 준다.

마애불이 지금은 삼천사 대웅전 뒤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원래는 앞에 계곡이 있었다. 통일신라 시대인 서기 661년 원효 스님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 삼천사는 마애불에서 30여 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절터만이 남아 있다. 절터는 2008년부터 발굴작업이 시작돼 대지국사 탑비나 청동사리함 등 수많은 유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북한지’에 따르면 삼천사는 3000여 명의 대중이 수행 장소로 사용할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삼천사라는 사찰 이름도 3000여 명의 대중이 수행정진을 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들의 집결지로 사용됐으며, 한국전쟁 때 불타버린 사찰을 지금의 주지인 성운 스님이 현재의 자리에 복원해 1400년 가까이 되는 사찰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삼천사에 가기 위해선 사찰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로 나오면 삼천사·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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