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광화, 관음수인 1, 72.7×53.0㎝, 아크릴에 혼합재료, 2016

시간을 보는 동양과 서양의 눈은 다르다. 서양의 시간은 평면적이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를 발전이라 믿는다. 인간이 재단한 자연법칙 속의 시간이다. 절대 능력의 조물주, 유일신이 지배하는 서양에서 창조론과 종말론이 통하는 게 당연하다.

반면 동양의 시간은 공간적이다. 전후좌우 사방팔방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엔 방향성이 없다. 그러니 시작이나 끝이 없다. 생이 거듭되는 윤회를 믿게 된 까닭도 이런 이유다. 세상사도 모든 만물이 서로 주고받는 힘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정광화는 동양의 시간을 그린다. 과거, 현재, 미래의 방향성과, 이곳과 다른 세상의 장소성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철학적 시간을. 자연 형상과 글씨를 작업 시간을 달리해 여러 겹 반복해 그리고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방식으로. 공간에다 시간을 새기는 모순의 회화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