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長官) 임명이 뜻밖의 암초에 부닥쳤다. 포항공대 교수인 박성진 후보자의 역사관이 ‘코드’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진보·좌파 진영에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뉴라이트 사관’이라고 공격했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자는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역사관과 국가관에 대해 해명했다. 박 후보자 발언 중 논란이 되는 내용은 “식민지를 겪은 나라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건 한국뿐” “우리 세대는 더 좋은 나라를 미래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 역할” 등이다. 보고서나 기고문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만들기 위해 독재를 했다’거나 ‘유신이 근대화와 중화학공업 발전에 필요했다’는 표현도 있다. 물론 독재 미화 등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박 후보자는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잘한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듯이, 대한민국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박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주 업무가 창업 활성화와 소상공인 살리기,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대응 등이고, 역대 정부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어려운 과제여서 박 후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창조과학회 활동이나 자녀 이중국적 및 위장전입, 다운 계약 등 도덕성 문제도 있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 때문에 낙마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도리어 집권세력의 역사관·국가관이 의심받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