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테러공격 방지 위해
1990년대부터 수백㎞ 건설

이 “보안장벽” 팔 “분리장벽”
용어·시각도 확연한 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대통령 취임 이후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장벽의 대표 격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장벽을 쌓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중이다. 장벽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입장은 정반대이며 이러한 양쪽의 시각차는 용어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이스라엘은 이를 ‘보안 장벽’이라고 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분리 장벽’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지난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제한된 범위에서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운영한다는 데 상호 동의했다. 이스라엘은 이듬해인 1994년부터 남쪽 이집트 국경 접경 지역을 제외하고 가자 지구 3면에 콘크리트 등을 이용,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1996년 이를 완성했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고 장벽은 수차례 복구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집트 역시 2009년부터 18개월 동안 미국, 프랑스 등의 도움을 받아 가자 지구와 자국 국경 지역에 장벽을 건설했다. 역시 테러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 가자 지구는 현재 장벽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연결되는 5개의 교차점 이외에는 외부와 철저히 고립돼 있는 상태다.

1994년 시작된 높이 8m의 서안 지구 장벽 건설은 현재 진행 중인 상태다. 이스라엘에서 구상하는 전체 장벽 길이는 708㎞인데 2012년 기준으로 440㎞(62%)의 장벽이 건설 완료됐고, 57㎞(8%)는 건설 중이며, 211㎞(30%)는 건설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장벽 건설이 자살 폭탄 테러 공격을 상당 부분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2000년부터 2003년 7월까지 서안 지구로부터 73차례 자살 폭탄 테러가 감행됐는데 2003년 8월부터 2006년 말까지 12차례로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벽에 대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서안 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장벽으로 인해 극심한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통행의 자유가 제한되다 보니 의료·보건 서비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 곳곳에 정착촌을 건설해놓았는데 장벽은 이러한 정착촌을 지키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장벽 건설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영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의 편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04년 이스라엘에 장벽 건설이 부당하다는 권고를 했지만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