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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은 아름답다 / 앤드루 조지 사진·글, 서혜민 옮김 / 일요일

책 제목을 이루고 있는 문장에서 ‘아름답다’는 서술의 주어는 ‘있는 것’, 곧 ‘존재’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인 저자가 카메라를 메고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 스무 명의 환자와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책으로 남겼다.

저자가 호스피스 환자들의 말을 받아 적어 정리한 글에는 죽음, 곧 ‘부재’로 옮아가기 직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가 담겨 있다. 이들이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건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것들이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와 눕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 책은 장황하지 않다. 저자는 그저 담담하게 환자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후회하는 것과 유년시절의 기억, 가장 가치 있다고 믿는 것과 힘들었던 순간, 삶을 지탱해온 것 등에 대해 묻고 그 대답을 받아 적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이도 있고, 좀 더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며 살지 못한 게 아쉽다는 이도 있다. “만일 돌아갈 수 있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한 환자도 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일’, 곧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덧붙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모두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처음 진단을 받은 뒤에는 날마다 울었다는 이도 있고, 병마와 맞서 싸우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던 이도 있다. 육신의 상처도 상처지만 그들의 마음속으로 수많은 번민과 고통, 공포, 그리고 체념이 지나갔으리라.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호스피스 병동까지 온 이들은 이제 죽음이란 순리를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온 삶의, 또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들이 당도하는 곳은 ‘감사’다. 그들은 매 순간 벌어지는 일들에서 경이를 발견하고,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안다. 봄날 오후의 햇살과 마주 앉은 가족과 나누는 대화, 한 번 더 쉴 수 있는 숨까지도 이들은 감사해 한다.

비록 평온을 찾았다고 해도 그들의 삶에 후회가 왜 없을까. 더 많은 사람을 도왔더라면, 너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를 좀 더 잘 돌봤더라면…. 이런 회한의 이야기들이 소중한 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혹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책에는 환자 사진도 실려 있는데, 사람들의 모습이 평범하기도 하거니와 그들을 찍어낸 사진도 지극히 평범하다. 이런 평범함은 언젠가 우리도 이들과 똑같이 죽음 앞에 직면할 것이란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게 있다면 딱 하나, 우리보다 앞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뿐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