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현주(왼쪽 세 번째) 교사가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시 꿈이룸 마을학교에서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꿈이룸 마을학교 제공

“학교 수업을 마치고 ‘마을학교’로 다시 출근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육체적으로 벅차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시간표가 있어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을 시도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모습을 보면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요. 공교육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학생 중심 수업이 하루빨리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경기 의정부시 천보중학교의 김현주(46) 씨는 지난 1997년 교직에 입문한 21년 차 교사다. 그는 2014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의정부시와 고양시 등 경기 북부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꿈이룸 마을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사는 “교직에 입문한 초기부터 수업 혁신에 관심이 많았다”며 “학교 테두리 안에서 혁신을 시도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던 참에 동료 교사들과 뜻을 모아 마을학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와 동료 교사 2명, 지역 주민 2명 등 5명이 뜻을 모았고 경기도교육청이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 마을학교가 세워졌다. 공간은 비어있던 의정부 호국로의 경기도교육청의 구(舊) 북부청사 건물을 활용했다.

김 교사 등이 만든 꿈이룸 마을학교는 수업 주제와 내용을 학생이 직접 정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와 관련된 과제를 선정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교사들의 역할은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조언을 해주는 것뿐”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무(無)학년제로 운영된다”며 “500명이 넘는 친구들이 20개의 마을 프로젝트, 10개의 창업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마을학교의 독특한 수업 방식을 설명했다.

예를 들면 올해 마을학교에서 ‘자전거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폐자전거를 모으고 수리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교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북카페 만들기’에 참여한 학생은 주민에게 책을 기부받아 마을학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창업을 경험한다. 책을 기부받고 북카페를 정리하는 것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김 교사는 “꿈이룸 마을학교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교우관계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학생이 마을학교에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교우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했다”며 한 학생의 치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수업에서 자신과 다른 연령대의 선·후배들과 대화하는 법도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는 지혜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오갈 데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마을학교 수업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가출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이 규칙이 엄격한 일반 학교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마을학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한 해 5만 명 이상”이라며 “마을학교가 정규 교육 과정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정부와 교사들이 지혜를 모으면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와 동료 교사,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꿈이룸 마을학교의 규모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는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이 실패하고 도전하며 마음껏 꿈을 꿀 수 있게 된 데에는 주민, 대학생, 교사 등 ‘길잡이 교사’들의 애정과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며 “학생들의 프로젝트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길잡이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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