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법치 大원칙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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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의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지난 25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글로벌 기업 총수의 형사재판이라는 세간의 관심만큼이나 법리적으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2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향후 대한민국 법(法)문화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만큼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권력과 자본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보고 이에 대한 사법적 단죄의 정당성을 언급했다. 다만, 왜 ‘위법 또는 불법’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지 않고 ‘부도덕한 밀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판결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명시적 청탁이 없는 행위도 ‘묵시적 청탁’이라는 이름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한 복선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증거재판주의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사법부가 도덕적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적 판단을 해 그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재판부는 뇌물의 대가성을 판단함에 있어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의 합병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즉, 법으로 금지돼 있는 삼성물산 합병 건을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합병시켰고 그 대가로 승마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형법 제129조)

그러나 합병은 상법에서 그 절차를 정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경영활동 중 하나다. 즉, 합병이란 주주들이 총회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민간기업의 합병도 대통령의 직무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우리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 민간기업의 합병은 대통령의 직무 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정작 이번 사건의 보호법익은 삼성물산의 주주 보호여야 함에도 재판부는 이를 국가 기능의 공정성으로 보는 우를 범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보는 듯하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즉, 증거가 없어도 ‘적폐’라는 이름만 붙이면 누구든 정부의 의지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오히려 정권의 위법한 적폐 청산을 정당화하는 조력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이번 1심 판결에서 제기된 이러한 법리적 쟁점들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수호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지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재개될 2심에서는 사법부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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