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의 여파로 일회용 생리대, 간염 소시지, 카드뮴 휴대폰 케이스까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와 생필품의 안전 문제로 불안(不安)이 커지고 있다.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호들갑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공포는 정부가 제대로 불식시키지 못하면 대혼란과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최근 유해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릴리안’ 브랜드 생리대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통해 생리불순, 생리통, 피부질환을 겪었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이 세미나에서 국내 10종의 생리대에서 22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 VOCs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연구 논문이나 표준 분석 방법도 없어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유통되는 생리대 53개 품목을 수거해 뒤늦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3월 세미나 때 식약처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제품명도 파악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품과 생활용품의 안전을 최종 담보해야 할 식약처가 제 역할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살충제 계란 문제도 이미 지난 4월 세미나에서 공식 제기됐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비전문가 ‘코드 인사’인 류영진 처장을 임명, 살충제 계란 파문 대처에서부터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 처장은 전문성과 업무 능력은 차치하고,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고 총리의 지적을 ‘짜증’이라고 표현하는 상식 이하의 인식을 보였다. 국민의 건강은 실험 대상이 아닌데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청와대의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류 처장을 즉시 교체하고 ‘백서(白書) 발간’을 지시하기에 앞서 시급히 공포 확산을 막을 특단의 대책부터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