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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중증시각장애인 딛고 박사학위 받은 이우호씨

“불편할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고난과 시련을 겪고 있어도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후천적 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중증시각장애인이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이우호(42·사진) 씨로 25일 대구대 2016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특수교육학과 시각장애아교육 전공)를 받았다.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 2013년 대구지역 최초로 특수교과가 아닌 일반교과(영어) 임용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현재 예술·체육 계열로 진학하려는 일반계 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맞춤형 위탁 교육을 하는 공립 대구예담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박사과정에 입학해 2년 6개월 만에 수료하고 3년 6개월 동안 준비해 학위를 받았다”며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결국 해냈다”며 기뻐했다. 그는 “시각적 제한이 있었지만 대학 내 장애인지원센터를 꾸준히 다니면서 음성을 들려주는 컴퓨터와 씨름한 끝에 논문을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논문은 ‘시각장애학교 중등학생의 학습 동기, 학습 태도, 영어 학업 성취도 간의 관계’로, 전국 12개 시각장애학교 중등학생 236명의 기초자료를 수집해 연구했다.

이 씨는 20대 초반 군 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던 중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이 급속히 악화해 24세 때는 앞을 전혀 볼 수 없어 즐기던 여행은 물론, 책 읽기 등 모든 일상생활이 낯설게 됐다. 하지만 그는 재활을 위해 다니기 시작한 시각장애학교에서 영어교사의 꿈을 키워 2001년 대구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2차례 휴학을 하며 2006년 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임용시험에 4차례 도전한 끝에 당당히 합격해 시각장애인 교사가 돼 경북여고를 거쳐 대구예담학교에 몸을 담고 있다. 그는 “칠판에 직접 글을 쓰고 중요한 것은 밑줄까지 긋는다”며 “간혹 서툴면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고쳐줄 정도로 학생들의 편견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교사는 전국 국·공립학교에 7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저 같은 사람도 해냈어요. 어렵고 힘든 요즘 시대, 어차피 닥친 불행이라면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어떨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경산=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