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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 아이스크림 좋아해”
아들 ‘오드리 앳 홈’ 책 출간

“어머니는 결코 전쟁을 잊은 적이 없었고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모든 혜택은 뜻밖의 선물처럼 반겼다. 물론 연기와 영화, 성공도 중요했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절대 변하지 않는 생명의 순환이 우위에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모든 생물의 탄생과 재탄생이 작은 기적이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배우이자 유니세프 활동으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한 배우 오드리 헵번(사진), 그의 아들 루카 도티가 기억하는 어머니 헵번이다.

헵번의 두 번째 남편인 정신과 의사 안드레아 도티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루카는 멀리서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서 지켜본 헵번의 이야기, 요리법, 미공개 사진들을 ‘오드리 앳 홈’(오퍼스프레스)에 담아냈다.

‘식탁 전기’라는 설명이 붙은 책은 루카가 집 부엌의 선반에서 발견한 너덜너덜한 공책 한 권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요리법이 손글씨로 빽빽하게 적힌 공책이었다. 가냘픈 몸매와는 달리, 헵번은 음식들을 무척 사랑했다.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집에서도 늘 먹는 파스타를 음식점에서도 주문해 먹었다. 초콜릿은 마지막 조각이 없어질 때까지 한꺼번에 먹어치웠고 말썽꾸러기 악동처럼 게걸스레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책에는 터키식 농어 요리, 초콜릿 케이크, 버섯 소스 송아지고기 찜, 빵가루를 입힌 커틀릿,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헵번이 즐겼던 50개의 요리법이 줄지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식탁 이야기를 매개로 네덜란드에서 자란 소녀가 할리우드 스타가 되고 이탈리아의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구호활동을 하며 노년을 마무리한 시간을 풀어낸다. 네덜란드를 덮친 전쟁과 기근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헵번은 평생 전쟁을 끌어안고 살았다고 아들은 기억했다. 어릴 적 저금한 돈으로 작은 시계를 산 그에게 헵번은 갑자기 화를 냈다. 시계를 제조한 독일 회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들의 강제노동으로 이윤을 얻었다는 사실을 도티는 뒤늦게야 알았다. 유니세프의 제안을 받았을 때의 상황도 그려진다. 너무 진을 빼는 일이라고 걱정하는 아들에게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도 엄마 진을 빼는 아이였다는 거 아니? 이제 넌 어른이 됐고 엄마에겐 돌봐주어야 할 다른 아이들이 있단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