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韓中) 관계는 안타깝게도 발전과 퇴행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과 중국은 수교 기념일인 24일 합동 행사 대신 각자 서울과 베이징(北京)에서 조촐한 행사를 갖는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이 1차 이유다. 6·25전쟁 때 적국이었던 두 나라가 1992년, 체제의 상이함을 딛고 각자의 우방인 대만과 북한의 맹렬한 반대를 뒤로한 채 국교를 수립한 이후 교역은 33배, 민간 교류는 120배 증가했다. 양국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됐고, 2015년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수교의 중국 측 주역이었던 첸치천(錢其琛) 전 외교부장이 회고록에서 “중국 경제성장에 이로울 것이라고 판단한 덩샤오핑(鄧小平)의 결단”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급속한 관계 발전은 정·경 분리 원칙이 유지됐기에 가능했다.

한·중 관계 냉각의 직접적 원인은 사드 문제이지만, 근원적으로는 ‘북한 문제’다.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에서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그런데 거기서 파생된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억지가 심각하다. 사드가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 측 방어 노력의 일환임에도 북한 대신 한국을 비난한다. 사드 1개 포대가 미·중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는 주장도 침소봉대다. 중국 측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사드 문제는 안보·군사 차원에서 대응해야지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정·경 분리라는 수교 초심에 대한 배신이다.

물론,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 지난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이 전승절 행사 참석에서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진폭이 과도하게 컸던 것도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다.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 노력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교환했다. 북한 체제가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함을 직시(直視)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중국이 북한을 계속 ‘체제 완충지대’로 삼으려 한다면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과 힘을 합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