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홀대론’ 펴는 한국당 “예산 늘려야” 텃밭 지키기

이미지 크게보기洪 모두발언 홍준표(왼쪽 세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한·미, 한·중 관계에서 한국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장·차관급 114명 중 11명뿐
SOC예산 삭감 커다란 타격”
지역 보수지지층 결집 노려

TK발전協은 내달초 2차회의

대구·경북(TK) 지역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연일 ‘TK 홀대론’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TK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문 정부 출범 이후 100일간 임명된 장·차관급 인사에서도 해당 지역 출신들이 대거 배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TK 지역 공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홀대론 카드를 꺼내 들어 TK 지역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TK 지역 의원들이 지역 공동발전과 정치력 복원을 기치로 지난달 발족한 TK발전협의체는 오는 9월 초 2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TK발전협의체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는데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TK 지역이 홀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9월 모임은 이런 정권 차원의 홀대가 없도록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과 같은 당 이철우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K 지역은 낙후돼 있어 SOC 예산이 많은데 정부가 SOC 예산을 30% 이상 삭감하면 특히 경북 예산이 굉장히 삭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 정부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장·차관 114명 인사 중 TK 출신은 11명뿐”이라며 “문 정부가 탕평인사를 한다더니 114명 중 부산·경남(PK) 출신은 27명, 호남 출신은 29명이다. TK는 호남과 인구가 같은데 11명으로 호남의 3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TK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위기감을 느낀 한국당 의원들이 홀대론으로 방어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TK 지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지역 민심이 신경 쓰일 것”이라며 “정부·여당과 강하게 각을 세우면서라도 예산 확보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이면 민심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는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지난 1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TK 지역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27%, 한국당이 24%를 각각 기록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