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지표 폐지·절대평가 요구
올 임단협 상당한 진통 예상
“文정부출범뒤 노사갈등부담
노조 떼쓰기 들어줄 수밖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폐지에 이어 핵심성과지표(KPI)폐지 및 절대평가로의 전환 등 ‘평등주의 회귀’를 주장하면서 노사관계가 올 하반기 은행 경영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더 치열한 수익창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친(親)노조 성향의 정부를 등에 업은 노조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 노조는 연임 결정을 앞둔 최고경영자(CEO)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전날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고과의 기준이 되는 현행 KPI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나치게 세분화 된 KPI가 단기 실적경쟁을 부추겨 금융소비자들에게 불완전판매와 은행의 경쟁비용 전가에 따른 차별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절대평가로 평가방식 전환 △세부 평가항목 대폭 축소 및 평가 항목별 목표 달성 인정비율 제한 △영업캠페인 폐지 △개인별 실적 게시 및 독려금·개인별 부진 직원 회의 소집 금지 △일체의 프로모션(이벤트) 시행 금지 등을 요구하며 개인 업무성과 평가 자체를 부정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금융노조 출신인 만큼 신경을 안 쓸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곧 시작될 올해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가 이 같은 요구조건을 산별교섭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영 차질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정치권과 합세한 노조의 압박에 점포축소계획을 수정한 바 있다. 일방적인 노조 주장임에도 법적 다툼을 벌이지 않고 그냥 노조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일단 외부로 노사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이 노출되면 부담스럽기 때문에 최대한 갈등 상황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면서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CEO 연임 결정을 앞둔 KB금융(11월 만료)과 하나금융(내년 3월 만료)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노조의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무제한 금전보상, 임금피크제 적용, 하위등급 직원의 임금삭감 폐지 등의 요구에 합의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