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항의 방문 ‘8·2대책 소급 적용으로 인한 다주택자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민원실로 가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8·2 부동산 대책 여진 계속

중도금 어려워 계약금 떼일판
수천만원서 최대 2억원 달해
피해자모임, 금융위 항의 방문
청와대 홈페이지에 민원 제기
당국 “안타깝지만 보호 어려워”

“아이들 학교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 수도 없고…, 화성 동탄2신도시에 있는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낮게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연차까지 내고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회사원 김 모(40) 씨는 답답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김 씨는 지난 7월 서울 강동구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를 분양받았는데 8·2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라 기존 대출이 있는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됐다. 그는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으나 이미 낸 1차 계약금 1000만 원마저 떼일 판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분양가의 60%를 중도금으로 무이자 대출해 준다는 시행사 말만 믿고 청약을 넣어 당첨된 건데, 정부도 시행사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8·2 대책의 여진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 씨 등 ‘8·2 대책 소급 적용으로 인한 다주택자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이날 금융위를 항의 방문하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코너’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8·2 대책 피해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행정소송마저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에 올라온 ‘소급 적용 부당성에 대한 청원 글’에는 이날 오전 현재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 댓글을 달며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8·2 대책 발표 전 계약까지 마쳤더라도 분양권을 포함해 2가구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강화된 대출 규제가 소급 적용되며 중도금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일부 가구가 최소 수천만 원대에서 최대 2억 원까지 계약금을 날리게 됐으니 대책을 마련해 주거나 최소한 계약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8·2 대책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로 대출가능액이 줄고,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은 1가구 1건으로 제한된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무주택자나 1주택자까지만 소급 적용을 면할 수 있게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결국 들고 일어난 것이다. 소급 적용 대상(예상) 단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분양공고 6월 30일·1140가구) △서울 강동구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분양공고 6월 23일·656가구) △서울 양천구 신정 아이파크위브(분양공고 6월 8일·3045가구) △세종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분양공고 4월 20일·672가구) 등으로 계약자만 수천 명에 이른다.

정부는 아직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시 다주택자 등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 건 기존 입법 사안이라 소급 적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다”며 “안타깝지만 다주택자까지 보호해 주긴 어렵고, 기존 주택을 팔거나 전세를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공급 주체와의 계약이라 정부가 나서서 섣불리 계약금 반환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