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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살충제 계란’ 파문이 불거진 지 6일째이던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대국민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파동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시기적으로 비슷하다. 보수, 진보정권을 떠나 축산식품 문제가 정권 출범과 함께 ‘1호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된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먹을거리=끼니 해결’이었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국민의 식탁 안전에 대한 ‘옹위’가 국가적 과제이자, 정권 토대까지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됐음을 보여준다. 멀리 거슬러 페놀 사태, 라면 우지 파동부터 사실상 시작된 건강과 환경, 식품안전 문제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중요시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방증한다.

사정이 이런데 살충제 계란 문제에 대해 식품안전, 농정 당국 관계자, 생산자들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려 하기는커녕 국민과 소비자를 오히려 기만·무시하거나, 이윤의 대상으로만 간주해 왔다는 점이 서글프게도 전수조사 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도 예외 없이 인재(人災)요, 관재(官災)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축산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근본대책을 만든다고 했지만, 이 같은 후진적 식품안전 시스템으로는 언제든 제2, 제3의 살충제 파문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례적이리만큼 신속한 대통령의 사과나 재발 방지책, ‘평생 오염 계란을 매일 2.6개씩 먹어도 별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가 이 파문의 조기 진화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감출 수 없다. 철저한 반성과 문책, 처벌과 함께 생산·유통의 혁신, 검사체계 구축 등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이유다.

첫째는 농가에 대한 빈틈없는 재조사를 통해 철저한 관리를 하는 한편, 농약 제조, 유통 실태에 대해서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둘째는 유럽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고서도 안일하게 대처해 화를 키우고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농정, 식품 당국 관계자, 친환경 인증기관에 무더기로 재취업해 부실 관리를 야기한 ‘농피아’들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를 당국, 제조사, 농약상, 농가의 ‘합작품’으로 보는 민심에 대해 무어라 말할 것인가. 이런 공무원들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을 쏟아부어 가며 더 늘려야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로는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핑퐁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계란을 포함해 친환경 식품 제도 전반의 부실인증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적발한 부실인증만 해도 2734건이었다고 하는데, 드러나지 않은 게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아득하다.

식품안전이 국정과제로 선정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란 별도 조직이 생긴 지 꽤 됐는데 살충제 계란은 현실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조소(嘲笑)하고 있다. 식품안전범죄에 대한 까다로운 전문성을 보유한 미국, 관리·감시체계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난 독일, 후생노동성은 식품위생행정, 농림수산성은 식품 생산부터 출하 전 단계를 각각 명확히 책임지는 일본만 부러워할 것인가.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