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외교·국방 2+2 협의
양국회견 장소도 애치슨 강당

美 “확대억지로 日안전 수호”
對北최전선 日로 정했나 우려

미국과 일본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서 군사적인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일 공조체제를 강건하게 구축하고 있다. 군사적 옵션을 배제한 대화 위주의 북핵해결을 추구하는 한국과 먼저 외교적 해법에 나서고 군사적 행동도 준비하는 미국 간에 북핵 해법을 놓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자칫 1950년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방위선을 알래스카-일본-오키나와(沖繩)-필리핀 선으로 정했던 ‘애치슨 라인’이 새롭게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협의 후 양국 장관들은 공동발표에서 미국이 핵을 포함한 ‘확대억지’로 일본의 안전을 계속 지킨다는 방침을 명기했다.

또 일본의 자국 방위 역할 확대와 방어능력 강화를 언급한 후 미군이 ‘최신예 능력을 일본에 전개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는 미국이 대북 억지력의 최전선 기지로 일본을 택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핵·미사일 대응에 있어 미국은 “한국, 호주, 인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도 안보 협력을 발전시키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미온적 자세를 보이는 한국이 미·일과의 공조에 거리를 두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포위망의 최전선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핵·미사일에 대한 주요 공조 라인이 미국-일본-호주-동남아 등으로 형성돼 애치슨 라인과 유사한 형태가 된다. 1950년 1월 발표된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이 제외되자 북한은 한국을 침공해도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같은 해 6월 남침을 강행, 6·25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필 이날 미·일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2+2 협의 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장소도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던 딘 애치슨 전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곳이자 틸러슨 장관이 종종 기자회견 장소로 택하는 ‘딘 애치슨 강당’이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