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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세상에 가장 많은 책이 책에 대한 책이다”는 문구를 읽은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또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책은 언제나 사랑의 대상이며 탐구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도 책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책 읽기, 소설 읽기, 시 읽기, 글쓰기, 여기에 서점 이야기까지 책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우주를 만드는 책들입니다.

그중에서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바다출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의 현대 사상 평론가 다카다 아키노리(高田明典)가 쓴 책인데, 그는 ‘독서는 기술’이라는 믿음 아래 명저로 불리는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번역의 질을 탓하지 마라, 미리 책의 유형을 파악하라, 독서 지도를 그리기 위한 노트를 작성하라,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곳부터 읽어라 같은 솔루션인데, 결국 어려운 책을 읽는 데에 왕도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이란 스스로 단단하게, 또 재미있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라는 충고 같습니다. 그중에서 “독서 기술의 첫 단계는 책 고르기이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읽을 책은 스스로 고르라”는 충고가 마음에 다가옵니다.

저자는 가능한 한 책 추천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스로 갈망해서 발견한 책과 추천 받은 책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며 책을 고르는 기쁨은 독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합니다. 게다가 읽지 말아야 할 책을 읽느라 허비하는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막심한 손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라고 여겼던 책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긍정적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에 나온 또 한 권의 책에 대한 책인 ‘비밀의 도서관’(생각정거장)은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는 큐레이션 북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유체 개념과 창조적 분석’까지 99권의 책으로 3000년의 역사를 훑어내리는 이 책은 베스트셀러의 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생전의 유일한 베스트셀러는 조개에 대한 책인 ‘패류학자의 첫 번째 책’이었고, 찰스 다윈의 생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히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출간 당시 혹평을 받았습니다.

결국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호평도 혹평도 항구적이지 않을 수 있는 책의 세계에서 결국 왕도란 다카다의 말처럼 ‘스스로 고르라’인 것 같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