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24년 재제작된 것으로 새롭게 밝혀진 덕종 어보.

문화재청 “분실 뒤 다시 제작
일제강점기 1924년에 만든 것
2015년 환수당시엔 알지못해”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은 덕종 어보(德宗御寶)가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죽은 아버지 덕종(1438∼1457)을 기려 1471년 제작한 것이 아니고 1924년에 다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8일 “지금 남아 있는 덕종 어보는 일제강점기에 분실됐다가 다시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분실 직후 다시 제작해 종묘에 안치했다는 1924년 당시 신문 기사를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보를 받아올 당시에는 재제작품인지 몰랐다”며 “다른 어보와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 15세기 유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문화재청이 환수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고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재제작품임을 확인하고도 바로 알리지 않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청은 일각에서 “1924년 재 제작된 덕종어보가 1924년 진품이 분실된 직후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지시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부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항구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하던 기관 ‘이왕직’에서 예식과장으로 재직, 분실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재제작을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고, 그런 기록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며 “덕종어보는 순종(1874∼1926)의 지시로 만들어져 정식으로 종묘에 모셔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6월30일 한·미 정상회담 때 반환받은 문정왕후어보(文定王后御寶)와 현종어보(顯宗御寶) 특별전인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전(8월19~10월 29일)에 덕종어보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수된 문정왕후 어보는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1501∼1565)에게 ‘성렬대왕대비’(聖烈大王大妃)라는 존호(尊號·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리는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현종 어보는 효종 2년(1651) 임금의 맏아들인 현종(1641∼1674)이 왕세자로 책봉될 때 제작됐다. ‘왕세자지인’(王世子之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재질은 옥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순종이 고종을 태황제(太皇帝)로 올리면서 만든 고종 가상존호(加上尊號) 옥보와 조선 제24대 임금인 헌종(1834∼1849)이 소장했던 인장 5점도 볼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환수된 현종 어보(왼쪽)와 문정왕후 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