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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90대 노부부 ‘사랑부터 조용한 죽음까지’ 화제

딸 “갈땐 함께 가겠다 늘 말씀…
집에 항상 손님 많아 장수의 힘”
슬하 자녀 6명·손주 증손 53명

76년의 세월을 함께한 뉴질랜드의 90대 부부가 불과 17시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로가 없는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은 “갈 때는 함께 가겠다”는 말을 늘 해왔었다.

15일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북섬 템스에 거주하는 윌리엄(94·사진 왼쪽)과 에바 대러(97·오른쪽) 부부는 지난주 자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에바는 10일 자정 직후에 삶을 마감했으며 윌리엄은 아내가 떠난 지 17시간 만에 뒤를 따랐다. 딸 잰은 “아버지는 어머니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아버지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오래전부터 갈 때는 함께 가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윌리엄과 에바는 1938년 타이루아라는 시골 마을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부모님 잡화점에서 일손을 거들던 에바는 인근 마을에서 타이루아의 한 목장으로 일터를 옮긴 윌리엄과 첫눈에 반했고, 1941년 결혼에 성공했다. 목장을 운영하며 슬하에 6명의 자녀와 24명의 손자·손녀, 29명의 증손을 둔 부부는 지난 7월 결혼 76주년 축하연을 열기도 했다.

1978년 목장 일에서 은퇴한 부부는 이후 템스 읍내의 조그만 목초지에서 돼지, 닭, 말을 키우며 평화로운 삶을 보냈다. 윌리엄은 매일 아침 일어나 동물들을 돌보았고, 에바는 오전 5시 30분이면 우편함에 배달된 신문을 가져다 읽고 신문 잡지에 난 레시피를 보며 요리를 하거나 정원 가꾸기를 즐겼다. 잰은 “부모님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들락거렸다”며 “바로 그런 게 부모님을 오랜 세월 살 수 있도록 해준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에바는 남편 윌리엄을 돌보다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에 하루 입원해야 했다. 눈에 띄게 쇠약해져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편을 돌보다 과로로 정신을 잃은 것이다. 이후 가족들은 24시간 달라붙어 정성스레 보살폈지만, 부부는 일주일을 버티다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잰은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신사였다. 우리가 뭔가를 해줄 때마다 반드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했다”고 회고했다. 또 “아버지는 어머니 에바를 잃은 걸 알고 그저 바라보고 붙잡았었다”고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