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이은 ‘괌 사격’ 예고 이후 한반도 안보 위기가 급고조되는 상황에서 8·15 광복절 72주년을 맞는다. 미·중 정상은 지난 12일 북의 핵·미사일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되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양국간 본격적인 무역 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도 보인다. 미국이 경제적 타격을 무릅쓰고 통상법 제301조까지 꺼내 들려는 건 북 위협 해결을 그만큼 화급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을 14일 오후 만나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던퍼드 의장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이 모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동원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군 수뇌부와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주말 휴가를 가려다 막판에 취소했고, 11일 휴가를 갔던 강경화 외교장관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14일 복귀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뿐 아니다. “양국 정상 통화가 최고조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청와대 논평에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청와대가 한반도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더 커지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확고한 현실 직시(直視)하에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 안보 불안(不安)을 불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북한의 1차 ICBM 도발 직후 독일 방문 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지향한다는 베를린 구상을 밝혀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북한은 2차 ICBM 도발에 이어 괌 포위 사격까지 예고하고 나서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문 대통령은 이번 ‘8·15 메시지’에 베를린 구상에 대한 환상을 접고, 현재의 북핵·미사일 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확고한 구상을 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정부가 북핵 문제는 미·중에 넘기면서 남북간 대화와 협력에 치중하겠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14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어떤 나라도 한국만큼 북한 문제에 직접 관련된 나라는 없다”며 한국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의 고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