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건설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 짓고 있는 ‘카타르 국립박물관’ 건설 현장 전경. 8월 중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이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사막의 모래 장미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현대건설 제공

- ① 현대건설 카타르 국립박물관

시설물 기획∼유지관리 통합
글로벌 건축 새 패러다임 주도

연면적 4만6596㎡ 프로젝트
기존에 없었던 건축공법 적용

아름다운 곡선의 조화 극대화
벌써부터 ‘사막의 장미’ 불려

2017년 한국 건설업계는 다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8·2부동산 대책에 따른 강력한 규제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주택 호황’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또 저유가에 따른 해외 건설수주 악화도 더 심화되는 상황이다. 건설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형 건설사마저 지나치게 주택산업 등 수익성 사업에 집착, 미래 건설산업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건설업이 위기를 딛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주산업을 넘어 종합 디벨로퍼로 변신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공법과 참신한 건축’을 해야 한다. 디벨로퍼형 융복합 건설을 활성화하고, 4차산업혁명과 결합한 인공지능 빌딩, 에너지 혁신(Oil Free) 건축, 도심 공장형 농장, 지하 공간 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 문화일보는 ‘도시재생을 넘어 건설 르네상스로’ 기획 시리즈를 통해 혁신과 창조를 통해 미래 건설 시장을 선도하는 건설사를 소개한다.

21세기 들어 최근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은 최첨단 건축기법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특히 3D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시설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해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단계 등 건축물 정보를 통합한 ‘건축정보모델(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글로벌 건축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 우주선 형태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엿가락처럼 휜 스페인 바스크 지방 빌바오시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의 외관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시장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며, 건축 르네상스를 열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건축가의 뜻을 반영한 고난도 프로젝트인 ‘카타르 국립박물관 신축공사’에 BIM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크게 절감했다. 316개의 원형 판(Disk)이 뒤섞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공사 과정 하나하나에 기존에 없었던 건축 공법이 적용됐다.

수도 도하 중심부의 코니시 해변도로에 진입하면 현대건설이 시공한 카타르 국립박물관 현장과 왕궁 경호 집무동, 하마드 메디컬시티 건설 현장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신축 현장은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옛 왕궁의 남쪽과 북쪽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4만6596㎡ 규모의 박물관을 짓는 프로젝트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중동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모래 장미’(장미 모양을 가진 사막 모래 덩어리) 모양을 모티브로 수많은 원형 판이 여러 각도로 뒤섞이며 아름다운 곡선의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현대건설은 이 과감한 시도를 현실화하기 위해 7만4000여 장의 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를 조합, 각각 크기가 다른 316장의 원형 판을 만들어냈다. 또 내부로 들어가면 보통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 대신 얼기설기 꼬인 각양각색의 패널과 계단의 조화를 이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정형 건축물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시공하기 위해 이 현장은 전 공정을 3D BIM으로 진행하는 최신 공사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현대건설 카타르 국립박물관 신축 프로젝트 현장 관계자는 “3D BIM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며 “바닥과 코어를 제외한 대부분이 곡선으로 디자인돼 있기 때문에 기존 방법으로는 시공 상세도를 작성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장 엔지니어들은 시공 시 설계 문제에 따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발주처, 설계사, 협력업체와 회의 때에는 3D BIM을 볼 수 있는 PC를 항상 사용했다. 이 첨단기법의 적용으로 가상의 공사 환경에서 도면상의 오류나 설계상 간섭 및 누락 요소 등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고, 실제 시공 과정에서의 분쟁·재시공 등을 방지함으로써 원가 상승이나 공사 기간 지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기하학적 형상을 띤 디자인의 시공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본 공사 착수 전 실제 건축물의 3분의 1 부분을 두바이에서 사전 건축물(Mock-up)로 제작한 후, 4개월간의 난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거치는 등 사전에 기술적·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

전체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 8월 현재 건축업계에서는 카타르를 넘어 세계적으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박물관은 올 하반기에 준공된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