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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똑같다. 하지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나 아이작 아시모프, 레이 브래드버리, 닐 사이먼, 조이스 캐럴 오츠.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존 가드너의 작품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덜 중요한 일을 하느라 미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나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놀라서 되묻는다. ‘어디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죠?’(61~62쪽)”

미국 작가 케네스 애치티의 말이다. 그는 이 작가들은 “가장 훌륭한 자원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곧 자신을 낭비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작가들이 어떻게 크고 작은 벽에 부딪히면서도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애치티의 ‘한마디’는 편집자 겸 작가 존 위너커가 엮은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다른)에 수록돼 있다.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은 애치티를 포함해 400여 명의 시인, 작가, 편집자, 칼럼니스트들이 작가의 글쓰기에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해 한 코멘트를 묶은 편집 책이다. 400여 명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커트 보니것, 줄리언 반스, 스티븐 킹, 존 스타인벡, 안톤 체호프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맥락 없이 쏙 골라낸 토막 난 말들이지만 글쓰기에 나서기도 전에 용기를 잃거나, 글쓰기가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하는 이들이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준다. 위너커는 “만년필로 쓰든, 워드 프로세서로 쓰든, 글쓰기란 결국 방 안에 홀로 앉아 자신으로부터 쥐어짜 내는 것이다. 누구도 가르쳐줄 수는 없다. 글쓰기에 필요한 근육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고 고생 없이는 조금도 커지지 않는다”며 이 선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치티의 말로 돌아가 그의 말은 단지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 우리가 의외로 시간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쓰지 못할 때가 많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를 수도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용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애치티의 말처럼 분명한 것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240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