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방 “압도적으로 北 물리칠것”
국무 “어떠한 임박한 위협없다”
美, 北核 해결 ‘역할분담’ 분석

미국 대북정책 수립·집행의 양대 부처인 국무부와 국방부가 9일 북한의 괌 타격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가 북한의 행동은 “정권 종말과 국민 파멸을 이끌 것”이라면서 대북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열어놓은 반면, 국무부는 “북한으로부터 임박한 위협은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영토·국민 방어가 최대 임무인 국방부가 ‘배드 캅(나쁜 경찰)’,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는 국무부가 ‘굿 캅(좋은 경찰)’ 역할을 나눠 맡으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왼쪽 사진) 국방장관이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괌 타격 위협에 대해 “미국은 압도적으로 물리칠 것이며, 북한은 어떤 군비 경쟁이나 충돌에서도 패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날 대북 군사적 행동을 시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북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로이터통신도 “매티스 장관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동남아 방문 뒤 귀국길에 오른 렉스 틸러슨(오른쪽) 국무장관은 이날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괌을 비롯한 미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어떤 임박한 위협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미국인들은 밤에 편히 자도 된다”면서 다소 다른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또 틸러슨 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외교 언어를 모르는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해하는 언어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과의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미국 내부적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 매티스·틸러슨 장관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는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일축했다. 또 노어트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은 귀국길에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이상 통화할 정도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