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해윤(왼쪽) 할아버지가 8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 연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식사를 제공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소망 만두’ 파는 김해윤 할아버지

中서 사업실패 뒤 ‘빈손 귀국’
13세 늦둥이 양육비 걱정에
아내 척추이상 수술비도 부담

딱한 사정 들은 복지관서 온정
일자리·아이교육 등 후원받아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지만
남 도와주는 사람 되고 싶어”

“나이 70에 13세짜리 어린 아들한테 표 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늦은 나이에 귀하게 얻은 자식에게 가난으로 인해 제대로 된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상황에서도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늙은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어떤 것일까.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서 ‘소망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김해윤(70) 할아버지의 사연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강원 춘천 고향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김 씨는 일찍 결혼해 부인과 함께 신문 배달과 우유 배달, 과일 장사, 삯바느질까지 갖은 허드렛일을 다 해가며 자수성가했다. 배움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김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부인의 지원에 힘입어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자가 흔치 않았던 당시, 김 씨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장인이 돼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돈을 벌기 위해 1978년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작은아버지 친구분이 당시에 시계방을 운영하셨는데, 공무원이나 월급쟁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어깨너머로 시계 수리 기술을 배웠는데, 이걸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 생각해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후회가 되기도 해요.”

김 씨는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때 자신의 선택이 후회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탄식했다. 1980년대까지 시계사업은 잘됐지만, 1989년부터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가세가 기울자 아내도 병을 얻어 먼저 세상을 떠났다.

기독교 신자인 김 씨는 사업 실패와 심한 자책감에 술과 담배에도 손을 댔다. 그렇게 3년을 방황하던 김 씨는 교류가 잦아지고 있던 중국에 가면 돈 벌 기회가 많다는 주변의 얘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중국행을 택했다. 이 역시 중국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사업에 실패했다. 중국동포인 지금의 두 번째 부인은 그때 만났다.

김 씨는 결국, 부인과 함께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50대의 나이에, 부인과 갓난아이를 안고 귀국한 김 씨는 한국에서도 일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은퇴할 나이의 김 씨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 자리는 오히려 너무 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한국이 낯선 부인이 식당 일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 왔으나, 척추 이상으로 인한 전방전위증 수술과 하지정맥류 수술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커가는 아이가 걱정이었다. 돈 들어갈 일은 많아지지만 제대로 지원을 해 줄 수 없었다. 그런 김 씨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 곳이 인천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이었다. 복지관에서 김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활근로자로 일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도 복지관의 도움으로 다양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복지관은 학원비 지원과 함께 각종 단기학습프로그램과 체험활동 등 다른 아이들처럼 무럭무럭 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막막한 시기에 도움을 받고 용기를 얻은 김 씨 가족은 “하루빨리 남을 도와주는 가족이 되게 해주세요”라는 소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복지관의 도움으로 의욕을 되찾은 김 씨는 부인과 함께 조그만 만두집을 차렸다. 간판도 ‘소망 만두’라고 지었다. 하지만 소비 침체로 가게 영업이 잘되지 않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김 씨의 ‘한숨’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복지관 자활근로도 나이 제한에 걸려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데다, 가게 형편도 어려워 대출금도 못 갚는 상황이지만, 김 씨는 자신의 가족을 보듬어준 복지관의 사랑을 잊지 못해 무보수로 복지관에서 밥하고, 청소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월 60만 원 정도 받는 것 외에 사실상 벌이는 없어요. 가게도 적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대출금 상환 부담에 하루하루 살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하지만 어려울 때 우리 가족을 도와준 사회의 따뜻한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자원봉사 활동을 해 나갈 겁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