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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고시엔) 경기에서 승리한 후 환호하는 선수들. 자료사진
올 99회… 프로야구 인기 뺨쳐
全경기 토너먼트로 진검 승부
“단 1승이라도…” 소년들 열망
“단 1승이라도 거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매년 여름 일본을 달구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고시엔(甲子園)’은 올해도 야구 꿈나무들의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다. 한국에도 ‘갑자원’이란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고교야구 대회는 올해 99회째로 긴 역사만큼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아들, 손자가 대를 이어 출전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수천 개의 학교가 예선부터 본선까지 매 경기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단 1패라도 하면 그 팀에 대회는 바로 끝이다. 대대로 이어지는 ‘본선 1승’의 열망을 안고 출전하는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지난 8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한신(阪神)고시엔구장에서 99회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개막했다.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한신고시엔구장에서 매년 대회가 열려 ‘고시엔’이란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 고시엔에서는 봄에 ‘선발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며 이 대회도 ‘봄의 고시엔’이라고 불리지만, 흔히 고시엔이라고 하면 ‘여름의 고시엔’, 즉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를 의미한다.
올해 예선 참가팀은 총 3839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의 지역 예선 우승자 49팀이 고시엔에서 진검 승부를 가린다. 지역이 큰 도쿄(東京)와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각각 2개의 지역 대표팀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토너먼트 방식인 만큼 최소 본선에 오른 팀은 지역 예선에서 ‘무패’를 기록한 셈이며, 따라서 고시엔은 전국의 야구 유망주들이 총집합한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대학이나 프로팀 스카우터들도 고시엔 관중석에 몰려들며 지역 대표들의 경쟁이란 구도가 형성돼 전국 야구팬들의 이목이 고시엔으로 쏠린다.
국민적 관심도에 야구에 대한 집안 내력까지 더해지면 참가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더욱 굳어진다. 가가와(香川)현 산본마쓰(三本宋)고 3학년 모리모토 루이(森本壘)는 이름부터 야구의 베이스를 뜻하는 한자 ‘壘(루)’다. 이미 고인이 된 그의 할아버지는 오키나와(沖繩)의 소속팀 좌완 에이스 투수로 1951년 48회 고시엔에 출전했지만, 1회전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교체됐고 팀은 패배했다. 모리모토는 아사히(朝日)신문에 “할아버지같이 고교야구사에 남을 만한 시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팀에서 3대를 이어 고시엔에 출전한 집안도 있다. 나라(奈良)현 텐리(天理)고 2학년 고니시 고키(小西幸希)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텐리고 선수로 고시엔에 출전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생전에 “손자가 고3이 될 때 고시엔은 100회째를 맞는다. 텐리고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했으면 좋겠다”며 손자에게 야구를 독려했다고 고니시의 아버지는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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