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일 김성수 음악감독과 리허설 중인 ‘나폴레옹’ 오케스트라. 김선규 기자 ufokim@

- 뮤지컬 뒤의 숨은 연주자 ‘오케스트라 피트’

매일 공연 1시간전 리허설 연주
교향곡 느낌 위해 밴드악기 제외
정예 멤버 중심 프로젝트식 구성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화려한 무대를 뒤로하고 어두컴컴한 구덩이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뮤지컬 내내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공간, ‘오케스트라 피트’의 ‘피트(pit)’는 구덩이라는 뜻이다. 관객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극장 공연일 경우 18~22명에 달하는 대인원이 이곳에서 3시간 내내 백조의 수면 아래 발처럼 움직인다. 어둡고 갑갑한 환경에서도 배우의 대사와 호흡에 맞춰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오케피 안은 늘 초긴장 상태, 팔을 쭉 뻗기도 좁은 공간이지만 불평할 여유는 없다. “무대 위에서 음악에 흥이 난 배우가 발을 쿵쿵 구르면 지하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기도 해요. 그럴 땐 저희끼리 눈을 마주치며 웃어버리죠” 지난달 15일 개막한 뮤지컬 ‘나폴레옹’을 맡은 김성수 음악감독의 말이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 나폴레옹 공연(작은 사진)을 1시간 앞두고 시작된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현장. 첼리스트가 마음껏 팔을 벌리기도 어려워 보이는 가로 12m, 세로 3.8m의 좁은 공간에 20명의 연주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무대 아래 모든 단원이 음악감독의 지휘를 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연주자 앞엔 이를 중계하는 모니터가 놓여 있는 상황. 3시간여 이곳에 있어야 하는 만큼 껌과 생수 등을 옆에 쌓아둔 연주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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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알프스 원정, 황제 대관식, 워털루 전투 등 역사적 사건에 어울리는 교향곡의 웅장함이 필요해 밴드 악기와 피아노를 제외하고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으로 오케스트라가 구성됐다. 게다가 나폴레옹은 원작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새롭게 연출해야 하는 논 레플리카 작품. 한국 배우의 대사 길이와 정서를 고려한 편곡작업이 100% 국내에서 이뤄졌다. 특히 초반부의 ‘오버추어’는 김성수 감독이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모티프로 작곡한 곡이다.

단원들이 연주하는 공간은 무대 아래 감춰져 있는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김성수 감독의 머리만 밖으로 드러난 이유가 있다. 감독이 무대 아래뿐 아니라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을 지휘하는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 배우들은 객석 2층 발코니 쪽에 마련된 모니터 화면과 무대 끝에 걸쳐진 지휘자의 손끝을 번갈아 보며 노래할 타이밍을 찾는다. 김성수 감독은 배우들에게 “곁눈으로 지휘를 보면서 노래하라”고도 한다. 감독이 올라가 있는 단상 높이 하나도 그냥 결정되는 법이 없다. 무대 위로 악기 위 공연 등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으면서 연주자와 배우의 시야도 확보할 수 있도록 종합적 요소가 고려된다.

공연시간 내내 감독의 뒷모습이 보이는 맨 앞줄, 일명 ‘오케피석’을 일부러 선택하는 관객들도 있다. 공연의 라이브 감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감독과 정감독이 번갈아 지휘를 맡는 탓에 지휘자별 연주 스케줄을 알려 달라고 하는 관객들도 있다고 한다.

뮤지컬 개막 기간만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김성수 감독은 자주 호흡을 맞춰온 정예 멤버 중심으로 공연마다 필요한 멤버를 추가 섭외하는 프로젝트식 팀 구성을 선호한다. 다양한 작품을 하는 김성수 감독 특성상 때로 밴드 반주가, 때로 클래식한 연주가 필요해 상황에 맞춰 구성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작품 섭외가 들어와 편곡 방향이 결정되면 그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꾸리고, 대략 한 달 전부터 모여 합주연습을 시작한다. 단원들은 뮤지컬 작품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에서부터 TV 스크린과 클래식 무대를 오가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